세상을 살아가며 한두번쯤 로비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루소가 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의미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다. 가령 교수가 제자의 취직을 위해 업체간부에게 청탁을 한다거나, 자식이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어머니에게 측면지원을 호소하는 것도 광의의 로비다. 물론 이런 종류의 로비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주고받기식이 아니어서 사전적 의미의 로비와는 거리가 멀다.■최근 어떤 결혼정보회사가 수도권의 30-50대 기혼여성 600여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3분의 1이 남편의 승진 등 출세를 위해 로비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들중 일부는 부정한 행위라는 죄의식을 가지면서, 또 일부는 별 거리낌없이 남편의 직장상사 등에게 선물이나 금품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분명히 대가를 염두에 둔 만큼 법조항을 엄히 적용하면 처벌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로비가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잠재적 로비스트이자 로비의 표적인지도 모르겠다. 동물과 달리 인간만 가진 특성인 모양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청렴도가 높다는 독일에서도 최근 로비스캔들이 터져 말썽을 빚고 있다. 통일의 영웅으로, 금세기 최고 정치가로 추앙받아온 헬무트 콜 전총리가 군수업체측의 로비를 받아 집권 당시 거액을 받았다고 하니, 과연 로비에는 장사가 없는 것일까.
■세기의 마감을 앞두고 우리의 현대 정치경제사를 뒤집어보면, 그것은 「로비의, 로비에 의한, 로비를 위한」 세상이었다. 52년 전란중의 대한중석 뇌물수수사건을 필두로 최근 드러난 대한생명 전방위로비에 이르기까지, 반세기가 로비에서 시작해 로비로 저물고 있다. 「외제면 양잿물도 먹는다」고 급기야 해외에서까지 수입된 어느 교포로비스트에 의해 국가와 공권력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는 어처구니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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