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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고엽제 피해보상책임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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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고엽제 피해보상책임 누구에게

입력
199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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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게 있다고엽제는 푸른빛으로 출렁이는 생명의 대지를 삽시간에 말려 죽이고 멀쩡한 사람에게도 달려들어 서서히, 그러나 완벽하게 말려 죽인다.

고엽제에 노출된 사람은 5년 또는 10년이 지난 다음부터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온몸이 아프다가 손과 발처럼 피부의 말단 조직이 딱딱히 위축되고 마침내는 뼈와 근육도 서서히 굳는다. 가공할 독성은 대를 물려 후손에 전해진다.

미국이 제조한 이 무서운 전쟁무기를 휴전선 전역에 드럼통 7,000개 분량으로 뿌리느라 동원된 인원은 모두 7만명. 직간접으로 고엽제에 노출된 휴전선 부근 주민들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휠씬 늘어난다.

미 국방부 대변인 서더랜드는 『미군이 계획하고 감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 여기 방법이 하나 있는데 써보시죠」했을 뿐 결정은 한국정부가 내렸다. 따라서 책임은 한국정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서더랜드에 따르면 고엽제 살포의 전 과정은 이렇다. 67년 초 미 국방부가 제안해 67년 9월 우리 정부가 승인했고 68년 봄 미 국방부, 국무부가 승인해 68년 3월 주한미군 사령관이 승인했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결정이후에도 미국은 두번이나 더 「결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결정은 미국 정부의 거듭되는 결재를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실행되었다. 지금은 미국이 「전시」를 선포하는 순간 그렇게 되지만, 당시에는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늘 미국이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비무장 지대에 고엽제를 뿌리는 작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권한도, 그 작전에 「한국군 7만명을 동원」할 권한도 모두 미국이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최종 허가 없이 어떻게 미군의 작전지역에 살포 금지된 고엽제를 뿌릴 수 있겠으며 미국의 최종 승인 없이 무슨 수로 미군의 통제를 받는 한국군을 7만명이나 동원할 수 있겠는가. 고엽제는 국제법이 그 사용을 금지하는 「살상용독극물」이다.

미국은 국제법을 어기며 이 땅에 고엽제를 뿌렸고 그 사실을 30년이나 숨겼으며 그 사실이 드러난 지금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래서는 죄만 늘어날 뿐이다. 「죄는 지은 대로 간다」는 우리네 말은 오늘도 진리이다.

/한충목·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집행위원장

■한.미 모두에 책임

지난 10여일동안 접수된 DMZ 지역 고엽제 살포 피해상황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각종 피부질환과 신경질환, 암, 백혈병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질병과 생활의 고통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현재 짧은 기간동안 접수된 인원만 하더라도 800여명이 넘는 숫자이다. 여기에 2세들의 피해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일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우리 정부에 있다. 이는 베트남 고엽제 후유증 환자에 대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정부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제조회사에 대한 책임도 없지 않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DMZ 고엽제 환자에 대한 보상을 미국 정부에 제기해야 한다. 즉 미국정부에도 2차적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93년 제정된 「고엽제 후유증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로 정해져있다. 따라서 이번 경우도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의 보상 사례에 맞추면 될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국가보훈처는 미국 호주 정부의 고엽제 역학조사에만 의존한 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이상 남의 나라에 의존하지 말고 고엽제 피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고엽제 피해자 2세에게도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정부는 60년대 베트남과 비무장지대에 행해진 고엽제 살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때문에 발생한 피해자들의 슬픔과 비극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피해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고엽제 피해자들은 현재 고엽제 제조회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 몬산토 컴퍼니를 상대로 소송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의 도움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방부, 외교통상부, 법무부는 한국고엽제피해소송 대리대표변호사에게 모든 행정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 이 소송은 고엽제 피해자 본인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2세들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을기·한국고엽제상이자회 회장

■한국에 책임있다

지난 달, 고엽제 살포사실이 공개된 후 미국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다가 23일 한·미 안보연례협의회에서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일보사는 이번 포럼을 위해 미 대사관측에 같은 골자의 원고를 부탁했으나 『쓸 수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따라서 가장 최근에 나온 미국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코언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싣는다. 원문은 미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질문 68년 고엽제가 비무장지대에 살포됐을 당시, 그 지역에 대한 작전권은 유엔연합사령관과 미8군 사령관에게 있었습니다. 따라서 작전권을 가진 미국측이 이 지역에 고엽제 살포를 제안했다면 한국으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명령으로 여기지 않았을까요. 이런 점에서 미국이 고엽제 살포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문제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코언 65~68년 당시를 생각해 봅시다. 66년 한해동안 북한군이 비무장지대를 통해 침입한 것은 대략 91건이었습니다. 67년에는 184건이었고 심지어 68년에는 북한특수군이 청와대를 습격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한반도에는 긴장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당시 비무장지대의 짙은 수풀이 북한군의 침입을 돕고있다는 논의가 한국과 미국사이에 2년동안 지속됐습니다. 2년간의 논의와 심사숙고 끝에 고엽제 살포결정이 한국측에 의해 이루어 졌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또한 내가 들은 바로는, 고엽제는 미군의 감독아래에서 한국군에 의해 살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임에 대해 물으셨는데, 미국은 고엽제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신체적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어떤 결정적 증거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재향군인회를 통해서 고엽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를 해주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로서는 미국이 이 이상의 어떤 법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우리가 이 문제에 관해 한국 정부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뜻이 있다는 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정보를 한국이 요구하면 제공해 줄 것이고 이미 그렇게 약속했었습니다.

/코언 미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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