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가 일상화한 세상이지만 김치가 먹고 싶은 욕망은 여전하지요. 둘 다 섭취하고 싶은 욕구, 그 둘의 가운데쯤 서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조관우가 2년 만에 5집 앨범 「실락원」을 들고 돌아왔다. 그간 개운치 않은 스캔들 때문에 완전 활동을 중단하고 지냈다. 통산 음반 700만장을 판 가수로서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이번에는 선율을 중시하는 R&B를 해보았어요. 이전까지의 지향점이 베이비 페이스류의 깔끔한 음이었다면 미 R&B 아티스트 중 선율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데이비드 포스터 스타일의 음악이라고나 할까요』
이제 소리는 아버지 조통달씨로부터도 칭찬을 들을 만큼 좋아졌다. 예전에는 그 특유의 가성이 「요령 목」이라고 꾸지람도 들었다. 그러나 가성을 낼 때 육성과 똑같은 힘을 갖도록 노력했다. 두 소리의 파워가 비슷해지면서 소리는 한결 안정됐다.
노래 스타일도 좀 더 파격적인 가사로 변화를 시도했다. 「실락원」(작사 조관우·작곡 위종수)은 성수대교 붕괴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얼마전 자살하고 말았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만든 노래. 「그래 함께 가는거야/서로의 가슴 안고/끝내 돌아오지 못할/길고 긴 잠 속으로」. 가사가 염세적이라는 이유로 얼마전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화 「실락원」의 이미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탄원서를 올려 간신히 판정이 바뀌었다.
「엔젤 아이스」(작사 장복신·작곡 김덕윤)는 그의 노래로는 처음으로 뮤직 비디오까지 만든 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것인데 뮤직비디오 영상에서 동성애적인 분위기가 있다해 방송할 수 없게 됐다. 「결혼」은 군산대 성악과에 재학중인 신예 정영주와 듀엣으로 부른 청혼곡. 처음으로 듀엣을 해보았다. 80년대 디스코풍의 「악녀」는 그룹 「비지스」 스타일 가성의 빠른 템포의 노래. 인스턴트 사랑에 관한 노래다. 리메이크 곡으로는 김정수의 「내마음 당신 곁으로」, 정훈희의 「안개」, 진미령의 「소녀와 가로등」 세 곡을 실었다.
가장 파격적 스타일의 노래는 「유배」(작사 정복신·작곡 김면수). 중모리의 가야금 전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조관우의 매혹적인 미성과 서양의 화성으로 꼭 집어낼 수 없는 야릇한 가야금 소리와 15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묘하게 어울려 가장 완성도가 높다. 『우리 악기는 정확한 튜닝이 안되는데 바로 이런 음색이 오히려 애잔한 느낌을 더 살린다』고 말한다.
그는 올 마지막 날과 내년 첫 날을 연결하는 밀레니엄 콘서트를 준비중이다. 그리고 내년엔 장르를 막론하고 실력있는 후배를 키워볼 계획도 있다. 좀 달라질 생각이다.
/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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