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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너희가 록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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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너희가 록을 아느냐'

입력
199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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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록 음악계의 대부, 무대에 서는 세계 최고령 로커. 이런 수식은 오로지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도(道)를 이루려는 그에게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그렇게 침잠의 세계에 살던 그가 근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무대 콘서트를 갖는다. 「너희가 록을 아느냐」는 타이틀로.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자리잡은 신중현(61)의 지하 작업실. 그는 얼마전까지 이 작업실에 솥을 갖다 놓고 밥을 끓여 먹으며 종일 작업만 했다. 눈이 나빠지고 가슴이 답답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끼니 때가 되면 밖에 나가 해를 보았다. 가끔 차를 몰고 강원도를 둘러 보기도 했다. 그냥 자연을 바라보고 오는 것이다. 그것 뿐이다. 거기서 별다른 악상을 떠올리는 것도 아니다. 음악을 빼고 그에게 유일한 도락은 그것 뿐이다.

『이제 너무 늙었다 싶어 사실 포기 상태였다. 그러나 대중음악인으로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답을 못한 듯 싶다. 이제 나름으로 후배를 위해 가야 할 자리를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었다』 71년 리사이틀 이후 처음으로 단독 무대를 결심한 이유다. 올해 나이 예순 하나. 차분한 촌로 같은, 그러나 아무런 꾸밈이 없어 그 자체로 더욱 존재가 빛나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_당신은 록의 대부로 불린다. 음악생활 중 록만을 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록은 자유다. 음악은 틀(상업성)에 매여서도, 정신적(사상)으로만 치우쳐도 안된다. 자연에서 시작해 세계를 마음대로 폭넓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록이다. 그 다양함은 슬프고 난하고 좋고 나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이 록의 자유로움이자 다양성이다』

_많은 곡이 금지당했다. 심리적으로 가장 고단했을 때는 언제인가.

『박정희 정권 시절, 75년부터 5년간 활동을 금지 당했다. 물론 그 정권이 무너지기 하루 전까지 내겐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정신적으로 포기 상태가 됐다. 그러나 혼자 음악을 할 수 있어 위안이 됐다. 노장 사상에 깊이 심취하게 된 게기도 바로 그 때다. 그러나 더 어려웠을 때는 9인조 뮤직파워를 꾸려 80년 대중음악계에 복귀했을 때다. 댄스음악 위주로 상황이 변해 있었다. 정신적 음악을 들고 나온 것이 잘못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번민이 심했다』

_많은 후배들이 당신으로부터 음악적 세례를 받았다. 어떤 가수가 직계 후배라고 생각하는가. 또 곡을 받은 많은 가수들 중 누가 기억에 남는가.

『음악하는 사람에겐 만족이란 없을 것 같다. 한창 활동하던 시절 한국 음악을 세계화하겠다는 욕심을 많이 부렸다. 거의 주입식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만족이란 있을 수 없었다. 후배들이 내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옆을 잘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 잘 모르겠다』

_무대에 서는 세계 최고령 로커로 안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가. 요즘 콘서트장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꾸밀 생각인가.

『뇌에 핏줄이 터져 피가 고여 있었다. 처음엔 풍(風)인줄 알았는데 수술로 제거해 문제없다. 4월부터 술을 끊었다. 그래서 공연할 용기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쇼적인 것보다는 음악적인 것을 추구한다. 젊은이의 음악이 힘이라면 노인의 음악은 자연의 힘을 빌어 하는 것이다. 그리 걱정될 것은 없다』

그는 매우 고집이 센 편이다. 물론 방식은 차분하고 고요하다. 그러나 『콘서트 보고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할 정도로 무대에 대한 고집만은 분명하다. 대부 신중현은 후배들에게 무엇을 원할까. 그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너무 급하고, 빨리 돈벌어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에, 모방하면서 자신을 잃어간다고 말한다. 『노인네도 이렇게 하는구나』 그가 후배와 대중에게 바라는 깨달음이다. 그는 이제 작은 몸을 일으켜 묻는다, 『너희가 록을 아느냐』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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