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직선제 존폐여부에 대한 논란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80년대 대학민주화의 상징으로 이뤄진 직선제 총장직선제가 본연의 의미를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총장직선제 폐지 움직임은 지난해 7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뒤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직선제를 반대하는 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총장선거가 기존 정치판의 폐단을 그대로 답습, 과열·혼탁 및 교수 편가르기 현상의 폐단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총장은 자기편 눈치를 의식해 「논공행상」에 치중하다 보니 대학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장의 강력하고 효율적인 경영·관리 능력이 중시되는 최근 시류에 비춰볼 때 「민주화」란 명분에 집착해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 직선제를 고집하는 것은 대학 경쟁력확보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대학의 총장 선출방식은 교수협의회를 통한 「직선제」, 법인의 「임명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간선제」 등 3가지. 국·공립대는 일반적으로 교수협의회에 의한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지만 사립대의 경우 대부분 직선제를 버리고 임명제 및 간선제로 전환하고 있다. 올초 동아대 교수협의회가 110개 사립대의 총장선거방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선제를 고수하고 있는 대학은 18개 대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90년대 초·중반 절반이상의 대학들이 직선제를 채택했던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한국 교원대도 5월 일부 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체교수회의를 통해 국립대로서는 최초로 간선제를 도입했다.
교육부도 직선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교육부는 2월 삼척산업대가 직선제로 선출해 임용추천한 총장후보 두명에 대해 『대학 총장의 도덕성기준을 충족시키는데 부족하다』며 임용제청을 거부했고, 대학측도 교수회의를 통해 교육부의 결정을 받아들인 바 있다. 또 최근 교육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한 국립대 경영진단 평가평가결과에서도 조사대상 국립대 중 40%이상의 대학이 1차 투표에서 2, 3위를 한 후보들이 연합해 결선에서 총장으로 당선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직선제의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 개선 및 폐지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간선제로 전환하는 대학들에서도 많은 잡음이 일고 있다. 간선제로의 전환이 또 다른 권력싸움의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전반기 군산대 동아대 동국대 안동대 등이 간선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순수성을 사이에 두고 많은 홍역을 치렀다. 또 아직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총장 직선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은 개선의 대상이지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대학 민주화와 자율화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 들 수 없는 현실이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美 유명대학 총장선출 방식
미국 대학의 총장 선출과정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한바탕 축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노력이 들지만 보람있는 이벤트다. 따라서 결과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대학 구성원 모두가 몸소 한 표씩을 행사했기 때문은 아니다.
하버드나 예일, UCLA 등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들 대학의 총장 선출과정의 투명성이나 엄정한 검증절차에 감탄한다.
미국 대학들은 총장 선출을 이사회, 교수, 지역사회 유력인사, 동창회 관계자로 구성된 총장선출위원회(President Search Committee)에 일임한다. 여기에는 학생이나 직원의 참여가 허용되기도 한다. 위원회는 현 총장이 퇴임하기 6개월∼1년 전에 공석예정사실을 발표하면서 20∼30명 정도로 조직된다.
위원회의 첫번째 임무는 총장의 자격요건 명세서를 만드는 일. 요건은 대개 박사학위 소지자, 정치적 역량, 재정확보능력, 학교 특성화 실적, 건학이념 실현 가능성 등이지만 학교마다 다르다. 총장 급여수준도 이때 함께 정한다. 위원회는 신문, 방송과 고등교육전문지에 총장 초빙공고를 낼 때 이 명세서를 공개한다. 이때부터 총장감 「사냥」이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1차 서류심사에서 20∼30명을 추려낸다. 이어 추천인 면담, 현직장 업무수행 평가 등 2차 심사를 거쳐 또 상당수를 걸러낸다. 마지막으로 서류나 주변 검증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인품, 학식, 소신, 행정능력, 표현력, 리더십 등을 면접을 통해 검증한다. 이 모든 과정은 교지나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부당한 간여나 교수 파벌의 밀어주기가 끼여들 소지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남은 최종후보자 명단을 보고하면 이사회는 이중 한사람을 낙점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7개월∼1년. 2년까지 가기도 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한 총장은 당연히 대학 구성원 모두의 신뢰와 함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독일 대학들도 유사한 간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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