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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애틀의 NGO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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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애틀의 NGO 시위

입력
199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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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세계각처에서 모여든 5만명의 NGO(비정부기구)시위대가 인구 50만의 시애틀을 마비시켰다. 군이 동원되고 통금이 발령되는 비상사태 선포아래 세계무역기구(WTO)의 뉴라운드 협상 개막식은 다섯시간 후에야 열렸다.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보잉등 초(超)국가적 미국 첨단산업의 모항이라 할만한 시애틀의 NGO 시위가 미국인들에게 던지는 충격은 적지 않은 모양이다. 법과 질서를 생명으로 여기는 미국에서 60년대 월남전 반전데모 이래 가장 과격한 군중시위가 벌어졌으니 그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시애틀 시위가 갖는 의미를 단순한 미국내의 사태로 좁혀 바라볼 수는 없다. 물론 이번 시위에서 과격성을 보인 것은 자유무역의 확대로 실직의 위험에 처하거나 환경보호를 외치는 미국 NGO들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오히려 이곳에 모인 각국 NGO대표들이 저마다 대변하는 노동 농업 환경 여성인권등 온갖 이슈의 스펙트럼이 서로 증폭작용을 하면서 확대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꽹과리를 치며 쌀시장개방에 항의하는 한국NGO와 실업문제에 항의하는 미국NGO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한가지 과녁 즉 「세계화」를 겨냥한 행동이 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최근 『20세기의 전반은 무역블록간의 적대관계로 전쟁에 시달렸고, 후반은 무역확장으로 역사상 없던 성장을 이루었다』고 지적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무역의 확대는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도 막대한 부를 창출해 냈다는데 인색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인터넷등 기술의 혁신으로 국경개념은 더욱 희박해지고 있으며 국제무역에 문을 걸어잠그고는 존립이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21세기 세계무역질서의 규칙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WTO의 규칙은 미국과 유럽등 강대국이 중심이 되어 재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인구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개도국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문화를 최대한 자극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자유무역확대가 21세기의 지구를 지탱해 나갈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깊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NGO활동의 세계화는 필연적인 추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1992년 리우 환경NGO대회이래 최근까지 주로 이슈별 NGO 활동이 중심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서울 NGO대회를 계기로 NGO의 범연합적 성격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물론 폭력은 반대하지만 부국과 대기업을 위주로 이루어지는 국제협상에서 개도국과 빈자들의 처지를 대변해줄 NGO활동은 긴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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