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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외환위기, 급한불은 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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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외환위기, 급한불은 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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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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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다는 발표 이후 2년이 흘렀다. 한국경제는 97년 말 가용외환보유고가 89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위기 이후 작년의 마이너스 성장이 말해 주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한때 200만에 육박한 고실업 등 과거 경제성장 30여년 과정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시련을 뼈저리게 겪었다. 어디 그뿐인가.지난 2년간 10개 은행이 퇴출·합병으로 없어지면서 「은행안전 신화」가 사라졌고 기아 대우 등이 침몰하면서 「대마불사 신화」도 깨어졌다. 종래의 경제운용방식이나 기업경영관행으로는 더 이상 지속적 성장을 구가할 수 없다는 교훈은 정부정책과 기업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2년이 지난 현재 경제위기는 진화되었으며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이 9%대에 이를 정도로 경기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경상수지, 물가, 외환보유고 등 여타 경제지표들도 대부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하순경에 대통령은 치사를 통해 「1년 반만에 외환위기를 완전히 이겨냈다」고 호언할 정도였다.

일부 거시 경제지표가 시사하듯 우리 경제는 과연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한 것일까. 결코 아니다. 외환위기의 급한 불은 일단 진화하였으나 위기를 완전 극복하는데는 짧게는 4~5년, 길게는 10여년이 걸릴 것 같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실업률은 아직도 100만을 상회하는 4%대의 수준으로서 IMF 사태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는데는 적어도 10여년이 필요할 것 같으며 예정된 안정적 성장을 이루지 못할 경우엔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실업률이 많이 내렸지만 고용내용 면에서는 임시직이 느는 등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년간 실질소득은 12.7%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중산층이 붕괴되는 등 IMF 한파가 「못 가진 계층」에 집중됨으로써 소득불균형이 심화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국민이 60%를 넘어섰는데 지금은 30%대에 불과할 정도로 피부에 와 닿는 체감불평등은 더욱 심화했다.

외환위기 극복의 중추역할을 담당했던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은 상당부분 달성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의 재정적자란 희생양이 숨어 있다. 올해 말 현재 정부채무는 100조원에 달하여 국내총생산(GDP)대비 20%로 급등하였으며 예정대로 2004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더라도 그때까지 누적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전의 정부채무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는 십 수년이 소요될 것이다.

IMF 사태는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과정에서 누적된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해소하지 못하고 외채 및 외환관리 등 위기관리 능력도 취약하여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정부, 금융기관, 기업 모두 구조조정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경험하였지만 국가부도위기를 넘기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최근의 경기회복을 낙관하여 구조조정속도를 늦추거나 개혁정책을 완화한다면 그간 값비싼 대가를 치뤄 이룩한 부문별 구조조정이나 개혁정책은 완결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스템의 작동을 통한 개혁의 결실을 향유할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IMF사태는 그간 우리 스스로 치유하지 못한 구조조정이란 과제를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나마 개혁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도 함께 했으며 이를 극대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의 경기회복은 상당부분 기술혁신이나 생산성향상 등의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의한 인력감축, 이자율하락, 환율인상 등의 요인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분배정의의 복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표」를 의식하지 않는 지속적인 세입·세출 측면의 제도개혁과 이의 수용을 위한 끈질긴 대(對)국민설득 또한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만우·고려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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