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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사장도 내가 추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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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사장도 내가 추천했어요"

입력
199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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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거스트너 IBM사장, 마이클 암스트롱 AT&T사장…. 세계 굴지의 업체를 이끄는 이들 최고경영자(CEO) 뒤에는 뜻밖에 한 한국인 커리어우먼이 있다. 바로 미국 헤드헌팅업체인 하이드릭&스트러글스사의 윤경희(45)북아시아사장.윤사장은 이 회사의 뉴욕담당으로 있으면서 바로 이들 거물들을 CEO에 스카우트한 숨은 주역이다. 하이드릭&스트러글사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임원급 인재채용업체. 『이 회사를 알아두면 출세한다』고까지 일컬어진다. 최근 동남아지역을 담당하는 북아시아 사장으로 부임한 윤사장은 세계 200대 인재서치전문가로 꼽힐만큼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자마자 『MBA라면 우루루 모셔가던 시절』이라 그는 국립파리은행 대출자격심사 및 기업분석가로 일했다. 딜링험개발회사 부사장, 벤튼투자사 사장 등 20-30대에 일찌감치 경영자로 활약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태도 덕분에 금융·투자사를 두루 섭렵한 것. 94년 그런 그를 하이드릭&스트러글스사가 스카우트했다.

「헤드헌터」는 아직 일반인에게 낯설다. 용어 자체가 머리가죽을 벗기는 인디언의 사람사냥_헤드헌팅(Head-Hunting)에서 유래한 만큼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업체는 「서치 펌」이라는 정식 명칭을 고수한다. 윤사장은 헨드헌터를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기업환경은 불확실하며 경영자는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대. 여기 헤드헌터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싱가포르등 아시아에선 단 한번의 실수가 인생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유연성이 없는 시장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회경력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보람이 큰 직업입니다』

보통 한 사람의 인재를 찾는 데에는 60-100명의 명단에서부터 시작한다. 헤드헌팅업체는 인재 데이터베이스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장기적 안목에서 예비명단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자신의 이력을 스스로 알려오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연봉액수나 E메일 주소가 변경된 것까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경력기준을 정하고 당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목록을 압축해간다. 특히 사회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경험과 이를 넘기게 된 과정을 철저히 분석하는 게 인재의 장단점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함께 일했던 동료 상사등 주변인물의 평가를 체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3-4명의 최종후보를 고객사에 추천한다. 때론 선정된 인재와 회사 사이에서 연봉계약 등을 중재하는 일도 한다.

『이력서만으로 사람을 물색해선 실패합니다. 이 사람이 인간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잘 알아야 하죠.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가, 자아가 너무 강해서 팀제로 일하기에 부적합하지는 않은가 등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때론 심리분석가가 된 듯한 기분도 들어요』

그래서 헤드헌터는 여성들에게 잘 맞는 편이다. 『남의 의도를 잘 알아듣고 예민하게 파악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업체에서 여성 헤드헌터의 비율은 절반이 넘는다. 또 보기보단 활동적이고 스트레스가 많아 내성적인 성격보단 활달하고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면 좋다.

외교관 부친을 둔 윤사장은 초등학교 2학년 이후 미국 프랑스등에서 자랐다.동서양 문화에 모두 낯설지 않다는 점도 그의 큰 장점. 『세계적 시야를 갖는 것은 갈수록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에선 이렇게 해』하고 끝내기보다 외국의 다른 방식을 편견없이 수용할 줄 아는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사장은 어머니의 모습에서 은근히 자극을 받고 자랐다.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던 그의 어머니는 한국전쟁으로 졸업이 좌절되고 사회경력을 갖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까워 했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것은 능력 자체보다 자신감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고

『당신은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세계 200대 인재서치전문가로 꼽히는 윤경희(하이드릭&스트러글스 북아시아)사장.

[나의 좌우명]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선택에는 언제나 위험요인이 따른다. 그러나 이것이 두려워 아는 것만 고집해서는 배우는 것이 없고 결국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뿐이다. 늘 못해 본 것을 하려고 노력한다. 계속 새로운 업무, 새로운 직책이 생기면 「한번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자원했다. 실패하더라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공의 기회를 잡는다.

믿으시나요?』김희원기자

hee@hk.co.kr

* 헤드헌터

국내 헤드헌팅업체는 KK컨설팅, 드림서치, 유니코서치, p&e서치등 30여개가 있다. 대부분 외국기업과 연계돼 있으나 국내 헤드헌팅업체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선 시장에 대한 자료 수집과 섬세한 분석능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인터뷰능력, 비즈니스감각, 고객업체와 인재 사이의 협상능력, 고객사를 위한 브리핑능력등이 요구된다. 헤드헌팅업체의 모인인 한국이그제큐티브협의회 김국길(KK컨설팅 사장)회장은 『영어와 컴퓨터는 필수고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이 있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윤경희사장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시키는 대로 일하는 직업은 아니다. 보기보다 액티브하고 스트레스도 많다』며 천성적으로 사교적인 성격이 좋다고 조언한다. 여러가지 업무를 병행하는 일이 많고 고객사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며 사람을 사귀고 대화하는 데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비즈니스감각은 남성보다 떨어지나 자료 수집과 분석, 대인접촉에 능해 업체의 60%정도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헤드헌팅업체는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사원을 뽑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이력서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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