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이 잇달아 터져나오는 뇌물 스캔들로 꽁꽁 얼어붙었다. 전 집권당인 기민당이 한 군수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고 여기에 헬무트 콜 당시 총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이번에는 현 집권당인 사민당의 고위인사에 대한 비리 의혹이 잇달아 불거져나오고 있다.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사민당의 라인하르트 클림트 교통장관이 90년대 초 자를란트 주의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기업인으로부터 3만마르크 상당의 골동품과 생일파티 비용 2만5,000마르크를 제공받은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또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역시 사민당 출신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재무장관인 하인츠 슐로이서가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서부독일주은행에 대해 사적인 항공여행 요금 2만6,000마르크를 부담시켰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측근으로서 니더작센주 총리인 게르하르트 글로고브스키가 기업체로부터 결혼비용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비리 의혹에 휘말려 사직했었다. 올해 실시된 6차례 주의회 선거에서 모두 패한바 있는 사민당은 고위인사의 이같은 비리 스캔들이 내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패의혹으로 궁지에 몰리기는 야당인 기민당쪽도 마찬가지. 91년 기민당 정부가 사우디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해제, 군수업체인 티센이 사우디에 탱크 36대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대가로 100만마르크의 뇌물이 콜 전 총리의 비밀계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 10주년을 맞아 독일통일의 영웅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콜 전 총리는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했으나 당시 기민당 사무총장이던 하이너 가이슬러가 비밀 계좌의 존재를 폭로함에 따라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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