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황금률이라고 생각한다』(리처드 스톨만)생산력이 높지 않던 먼 옛날에 정보를 독점한다는 것은 곧 권력을 얻는 것이었다. 사회가 커지고 생산 기술이 높아지면서 중요한 정보를 먼저 얻고 그것을 손 안에 유지하는 사람은 권력에 더해 재력까지 안았다. 지식과 정보의 뒷 편에는 인간의 거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신기술 개발로 밀고 나가는 지금, 그리고 미래의 하이테크 사회 역시 이런 욕망의 구도를 텃밭으로 한다.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은 정보독점에 대한 반대다. 하이테크 기술을 뒷받침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지적소유권)를 거부한다. 인간의 소유권 주장이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고도의 개인주의로 치닫는 것에 거부하는 운동이다. 애써 만든 프로그램을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내놓고 만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술은 높되, 정신은 낮게(Hi-Tech, Lo-Mind)」가 카피레프트 운동가들의 구호다.
이 운동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 주장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처음 개발자들이 개발정보를 담은 소스 코드를 교환했지만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서 이런 작업이 중단되었다.
지금 사용자는 실행 프로그램만 갖는다. 이런 흐름에 반대해서 미국 MIT 컴퓨터공학과 리처드 스톨만 교수가 83년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을 만들어 누구든지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GPL(General Public Licence) 사업을 추진했다. 정보를 사용, 복사, 수정할 권리, 수정한 것을 재배포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재단은 여러 기업, 사용자들이 기금을 마련해서 프로그래머들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 그들의 기회비용을 충당해준다.
카피레프트 운동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책을 디지털로 만든 OBI(Online Book Initiate), 디지털을 이용한 회화, 음악에 카피레프트 개념을 적용한 프로젝트 구텐베르그 사업 등도 벌어진다. 논문 끝에 「Copyleft by」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어가는 것도 이런 흐름.
국내서는 정보통신부 아래 만들어진 사단법인 새문명아카데미의 한국지식공유센터가 올해부터 잇따라 학술대회를 여는 등 정보공유사업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누구나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민간이 주도하는 공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정보의 사회공유운동을 벌이고 있는 또다른 조직인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사무국장은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단체들이 그들이 가진 정보를 카피레프트 원칙에 따라 배포할 수 있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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