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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정과 부천필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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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정과 부천필의 승리

입력
199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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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말러 대장정의 첫발을 뗐다. 2002년까지 총 10회에 걸쳐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시리즈 첫회가 2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막이 올랐다. 많은 이들이 일어나 박수치며 환호했고 지휘자 임헌정은 여러 차례 커튼콜 인사를 해야했다.그는 단원들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으로 벅찬 도전에 최선을 다해준 단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음악회가 끝나고도 청중들은 로비를 떠날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처럼 보는 생생한 연주다』 『부천필이 자랑스럽다』며.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바리톤 전기홍이 협연했다. 편안한 호흡과 성실한 발성에서 오는 안정감이 미더웠다. 단,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살려내는 음색의 대비가 약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말러의 교향곡은 오케스트라 역량의 최대치를 요구한다. 교향곡 1번에서 부천필의 음악적 성장이 확인됐다. 질풍노도처럼 내닫는 낭만주의 정신에 팽팽한 긴장감, 지극히 통속적인 감상벽이 뒤섞여 햇살이 비치다 갑자기 우박이 쏟아져내리는 게 말러의 교향곡이다. 잘 정돈되지 않으면 뒤죽박죽이기 십상인 것을 임헌정은 음악적 밀도를 유지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다듬어냈다.

오케스트라는 긴장 탓인지 1악장에서 좀 뻣뻣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경직이 풀리면서 유장한 흐름을 풀어냈다. 특히 죽음에서 승리로 나아가는 4악장에서 관 파트의 약진은 눈부셨다. 거칠고 불안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4악장의 시작은 고통스럽다. 현은 비명을 지르고 관은 울부짖는다. 그것이 승리의 팡파르로 끝나기까지 오케스트라는 험한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마지막 승리의 팡파르는 곧 부천필의 승리를 알리는 것이 됐다.

음악평론가 김동준은 이날 연주를 보고 『진실은 통한다』며 『정직한 소리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유료관객은 1,025명. 2002년까지 10회 시리즈 티켓을 산 사람도 80명이 넘었다. 말러 연주에 이만한 관객이라니, 놀랍다. 그만큼 목이 말랐다는 뜻일 것이다. 보통 오케스트라 리허설이 3회, 많아야 대여섯번인 데 비해 부천필은 이날 연주를 위해 총연습을 17회나 했으며 관 파트는 입술이 부르트도록 연습했다. 그런 연주자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부천필과 임헌정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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