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속 한번 썩지않은 사람이 있을까. 전국민적 영어 공부 열풍과 함께 요즘 영어조기교육에서부터 조기유학, 나아가 영어공용화론까지 영어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있다.외국인과 외국자본이 우리 기업과 경제의 안방에까지 들어와 경쟁하고 공존하는 시대. 바로 이런 때에 우리에게 영어란 무엇일까. 우리는 영어에 너무나 많은 것을 소모하면서도 혹시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2년여동안 미국생활을 한 적이 있고 지금도 영어를 실무에서 사용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입장에서 영어와 관련된 생각을 소개해보고 싶다.
우선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영어는 어차피 외국어이기 때문이다. 미리 주눅들어 자리를 피하거나 잘모르는 부분을 『예스』라고 대답하며 대충 넘어가는 것은 상대방과의 이해 증진에도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미국 생활을 통해 알게 됐다. 못알아듣는 부분은 다시 묻고 『노』라고 얘기할 것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배짱과 자신감이 더 중요했다. 중요한 것은 대화 자체가 아니라 대화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영어 실력이 곧 국제경쟁력이 아니며 전국민이 다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영어는 국제경쟁력의 한 수단이지만 국제경쟁력 그 자체는 아니다. 영어의 본산지인 영국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갔거나 우리만큼이나 영어를 못하기로 소문난 일본이 경제대국이 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마당에 전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선진국이라는 것은 과장된 편견이다. 국가 차원에서 전문적인 통역 엘리트를 잘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영어를 잘하는데 의사소통 기술은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국제 거래와 협상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영어 자체보다는 설득력있는 대화기법 내지 전략적 의사소통 기법이라고 여러 사람들은 말한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과의 거래에서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자신감과 전문성 외에도 협상과 대화의 전략과 기술의 부재에서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영어교육도 고등학교 이상의 과정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개진하고 상대 의견에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의견을 나타내는 대화 기법과 토론법에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박기찬·조흥은행 기업구조개선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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