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독특한 방식인 「그룹핑(grouping) 외교」를 펼쳤다. 「그룹핑 외교」는 주변 인접국들이나 이해당사국들을 하나의 틀로 묶는 것이다.필리핀 방문에서는 한·중·일 정상회동이 그 대표적 사례였다. 김대통령은 지난 9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한·미·일 정상회담을 주도, 북한 미사일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그룹핑 외교」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동은 각국간 개별적 관계를 공통의 관계로 승격시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노리는 경쟁자이기 때문에 한국의 거중 조정이 없으면 3국 연대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대통령의 그룹핑 외교는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지역협의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분리돼 있으면 새 천년에도 미미한 존재에 그치지만 연대하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동에서 합의된 경제발전 공동연구, 「아세안+3」 정상회의 결과인 「업종별 민간협의회」, 동아시아 비전그룹, 9월 APEC에서 채택된 서울포럼 등이 모두 김대통령의 제의로 이루어진 그룹핑 외교의 구체적 「작품」들이다.
/마닐라=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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