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만드는 미더스의 손」올해 소프트웨어업계에서는 게임개발자들을 무엇이든 만지기만 하면 황금으로 바꿔놓는 「미더스」에 비유하고 있다. 그만큼 컴퓨터게임이 빅히트를 기록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100만개 이상이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타크래프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게임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게임개발자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 덩달아 청소년들도 빌 게이츠 대신 세계의 유명게임개발자들을 쫓아 성공과 명성을 꿈꾸고 있다.
올해 최고의 미더스는 단연 빌 로퍼(34). 블리자드사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블리자드에서 게임음악담당자로 일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전신인 「워크래프트」, 역할분담게임(RPG)인 「디아블로」가 모두 그의 작품.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에서는 성우로 참여해 게임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가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하는데 들인 시간은 2년. 30명의 동료와 함께 만든 작품이었다. 현재는 올해말 출시를 목표로 RPG대작인 「디아블로2」의 막바지 손질을 하고 있다.
피락시스사 사장인 시드 마이어(44)는 미더스의 길을 연 인물. 세계 게임개발자의 대부로 꼽히는 그는 개발한 게임앞에 이름이 상표처럼 따라붙을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미시건대학에서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전공하고 제네럴 인스트루먼츠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82년 게임제작사인 마이크로프로즈를 설립했다. 이 곳에서 14년 동안 일하면서 「문명」「F-15」「사일런트서비스」「해적」「알타센타우리」등을 개발했다. 역사와 사실성에 기반을 둔 모의전략게임에 강하다.
일렉트로닉아츠의 수석부사장인 리차드 개리엇(38)은 올해 8월 한국을 다녀가 친숙해진 인물. 81년 전세계에 걸쳐 100만개 이상 팔린 RPG게임 「울티마」시리즈를 개발해 「RPG의 대부」로 불리고 있다. 텍사스주립대에서 전산학을 전공하다 그만두고 게임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인터넷판 울티마시리즈인 「울티마온라인」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달에 5년 동안 개발한 울티마시리즈 완결편인 9탄을 국내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윌 라이트(38)는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게임세계에서 보기 드문 모의건설게임 「심시티」시리즈를 선보인 주인공. 끝나지 않는 게임으로 유명한 「심시티」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제이 포레스터교수가 주장한 도시계획을 토대로 만든 게임. 각 대학의 건축학과에서 보조교재로 사용할 만큼 교육적인 효과가 크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그는 87년 맥시스사를 설립, 심시티시리즈를 선보였다. 올해 「심시티3000」을 내놓았으며 현재는 7년째 개발중인 「심즈」에 몰두하고 있다. 심즈는 사람의 일생을 만들어보는 인생시뮬레이션 게임.
올해 국산게임 가운데 최고 히트작은 NC소프트의 「리니지」를 꼽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여럿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RPG게임인 「리니지」의 산파는 NC소프트의 송재경(32)이사.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게임개발에 뛰어들어 학위와 게임을 맞바꾼 사람이다. 리니지 이전에 「바람의 나라」, 「주라기공원」 등 다른 네트워크게임개발에도 관여했을 만큼 국내 네트워크 게임개발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현재는 내년 8월 선보일 예정으로 「리니지2」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제국의 시대」를 개발한 브루스 쉘리(50), EA의 「C&C」개발자인 에릭 요(29), ID소프트의 「둠」시리즈로 유명한 존 로메로(29) 등도 밀레니엄시대의 미더스로 통하는 개발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경험과 기획, 그래픽, 시나리오, 음악 등 게임에 필요한 전공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최근 에는 국내에도 게임개발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등장, 미래의 개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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