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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비오는 날에 압구정동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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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비오는 날에 압구정동에 가는 이유

입력
199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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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끼의 거리 압구정동에는 다른 거리에서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세련된 옷차림과 유별난 헤어스타일…. 카페에서 거리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도 따분하지는 않다. 가끔 재미있는 일도 있다. 내가 멀끔히 내다보는 창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여드름을 짜고, 옷을 추스리기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안에서도 밖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일까?거울은 먼 옛날부터 필수품이었다. 그리스신화의 나르시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 그가 에코의 구애를 매정하게 비웃었다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마법에 홀려 물에 비친 자신의 영상을 어떻게 하면 재현할 수 있느냐 하는 엉뚱한 고민에 빠진 것이 그 원인이었다.

완벽한 영상에의 도전. 고대인들은 구리판을 반들반들하게 닦아 구리거울을 만들었고 나아가 왕족들의 장식품이었던 유리구슬을 가공해 유리를 만들었다. 유리구슬이 콩처럼 생겨 라틴어 「lines(콩)」에서 렌즈라는 말이 유래했다. 5-6세기에는 투명한 창유리에 색을 입힌 색유리를 개발했고 16세기 드디어 베네치아에서 유리의 한쪽 면에 은염을 바른 거울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어떻게 거울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 다른 쪽을 볼 수 있을까. 일반 유리와 달리 반사시키는 물질을 얇게 칠해서 일부의 빛이 그대로 투과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양쪽 모두 반사된 빛뿐 아니라 통과하는 빛을 보게 된다. 다만 한쪽은 아주 밝고 한 쪽은 상당히 어두우면 밝은 쪽에서는 거울 면에 반사되는 빛이 많고 일부만 투과한다. 반면 어두운 쪽에서는 빛의 양이 적어 반사되는 빛도 적고 상대적으로 건너편에서 오는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날씨가 흐린 날은 까페 안을 어렴풋이 볼 수 있으며 밝은 날은 사람들이 거울로 착각하고 거리낌 없이 카페 앞에서 원맨쇼를 하는 것이다.

필자도 그 카페 앞에선 안에서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힐끔 거울을 보게 된다. 필자가 압구정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본다는 것 때문이다.

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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