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돈을 받고 온갖 부정을 자행한 사실은 우리 모두를 절망케 한다. 음대 교수들은 학부모 돈을 받아 실기시험 심사위원들끼리 나눠 챙기고, 공대 교수들은 돈 많이 준 업자들의 설계심사에 후한 점수를 주어 부실공사를 조장했다. 대체 부정과 비리의 끝이 어디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예체능계 입시 부정이 너무 심해 타대학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교수들끼리 품앗이 하듯 청탁받은 수험생의 점수를 높여주는 도덕 불감증 사회라면 그것이 무슨 묘책이 되겠는가. 이런 입시부정이 몇몇 대학의 일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다수 음대에서도 저질러진 혐의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니 탄식할 기력도 없다.
30억원 이상의 관급공사 입찰심사를 맡은 공과대학 교수들은 돈을 많이 주는 업체 편을 들어 뇌물공세와 향응에 탐닉하면서도 그를 당연한 일로 여겼다. 부정을 막고 공사의 질 높이기에 기여해야 할 학자들이 설계심사를 조작했으니, 무슨 희망으로 부패근절을 논의할 것인가.
견고하고 편리한 시설물을 갖고싶은 국민의 여망은 또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종전처럼 허가권을 관청에 맡겨두면 관련 공무원 몇명만 매수하는 것으로 끝날 터이니, 비용이 그만큼 절약되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른 부처와 지자체들이 운영중인 갖가지 심사기구 자문기구들도 썩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으니 언제 어디서 어떤 부정이 터져나올지 두렵다.
95년 이후 건설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일한 교수 46명이 15개 건설업체에서 적게는 600만원에서 최고 5,400만원의 뇌물을 받아온 사실은 그들의 검은 돈 수뢰가 상습적이었음을 말해준다.
수사팀에 따르면 한 무명 건설업체의 경우 근년에 이런 로비자금으로 쓴 돈이 3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로비 전문가를 채용해 심의위원들과 관리 등을 평소부터 내 편으로 만들어 두는 데 쓴 돈이다.
골프와 술 접대는 기본이고, 명절때 선물과 떡값 공세는 상식이었으며, 연구용역비를 과다하게 지출하는 방식 등으로 환심을 산 뒤 입찰심사 때는 거액의 심사료까지 주었다. 3-4년동안 7건의 입찰중 그 업체가 6번이나 1등을 차지한 비밀이 이런 유착 메커니즘에 있다.
최고의 지성인들이 몇푼의 돈에 양심을 파는 세상에 제도와 법률의 개선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양심에 물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지식인들의 새 천년-새 세기 맞이 양심선언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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