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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체감물가는 '사상 최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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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체감물가는 '사상 최저' 아니다

입력
1999.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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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사상 최저치인 0.8%를 기록할 것이라고 정부가 밝혔다. 지난해 상승률 7.5%에 비하면 사상 유례없는 낮은 수치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물가가 안정됐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는 저물가- 저금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하지만 올해 물가가 안정된 이유를 살펴보면 앞으로 물가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가가 사상 최저치의 상승률을 보인 것은 기업·금융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강력한 저금리-저물가 정책을 펼친데다 금융비용 감소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요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 환율은 안정세를 지속했고 시장개방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몫을 했다.

이같은 요인들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우선 경기과열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 기조가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현 상태가 과열은 아닌데다 구조조정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저금리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은행과 경제연구기관들은 인위적인 저금리 체제는 시장의 왜곡을 가져와 물가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율도 계속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그동안 경기회복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이 풀렸다. 정부의 목표를 밑돈 올해 물가안정이 마치 휴화산과 같은 셈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 이상한파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대폭 상승등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서민들의 장바구니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일부 공공요금의 연내 인상도 다른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물가불안 심리가 크게 확산돼 위험수준에 도달했다는 얼마전 통계청의 발표도 있었다. 물가 통계에 만족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사상 최저치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경기회복 가속화와 과소비 심화, 물가불안 심리 확산등으로 내년 물가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운영의 우선을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과연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물가관리는 타이밍과 소비자 심리와의 싸움이다. 물가관리를 위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물가 오름세가 현재화할 때는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선제적 물가관리가 필요한 때다. 사상 최저치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한 경험을 살려 어떻게 저물가 구조를 정착시키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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