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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10년만에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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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10년만에 시집 출간

입력
1999.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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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뜸들인 청정의 시어를 만난다"이해인(54) 수녀가 10년 만에 시집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와 기도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열림원 발행)를 냈다. 베스트셀러가 됐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와 「시간의 얼굴」(89년) 이후 나온 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시를 쓸 때는/아까운 말들도/곧잘 버리면서//삶에선/작은 것도 버리지 못하는/나의 욕심이/부끄럽다…/종이에 적지 않아도/나의 삶이 내 안에서/시로 익어가는 소리를 듣는/맑은 날이 온다면//나는 비로소/살아 있는 시인이라고/감히 말할 수 있으리」(「삶과 시」부분).

그의 시는 이처럼 평이하게 곧 바로 우리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든다. 시를 수상쩍고 괴이한 말들의 늘어놓음, 정도로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시는 마치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나누는 대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 평이한 언어들은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닐 것이다.

이해인 수녀는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방을 「누구라도 시인방」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성당의 종탑과 돌층계와 언덕길, 새와 꽃들이 어우러지는 마당이 보이는 그 방에 오면 누구라도 시인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시라는 언어를 직조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오 그랬구나//내가 여러 날/열이 나고/시름시름 아픈 건//내 안에서 소리 없이/시가 익어가느라고 그런 걸/미처 몰랐구나//뜸들일 새 없이/밖으로 나올까/조바심하느라고 잠들지 못한 시간들」(「시가 익느라고」부분). 뜸들이고 익히기 위해 신열을 앓는 시간이 언어의 창조에는 필요한 것이다.

「나의 삶은/당신을 향해 흐르는/한 장의 길고 긴/연서였습니다//새털구름/조개구름/양떼구름/꽃구름//뭉게뭉게 피어오르는/여러 형태의 무늬가 가득하여/삶이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오늘도 나는/열심히 당신을 찾고 있군요/내 안에는 당신만 가득하군요」(「구름의 노래」부분).

김용택 시인은 『사람들의 일상에 위안이 되고, 고단한 삶을 찾아가 따뜻한 위로가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글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이해인 수녀의 시는 바로 「인간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한다.

시인의 이 사랑은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뉘우치는 삶에서 나온다. 도대체 뉘우치지 못하는 우리의 삶에 시인은 나지막하나 무거운 경고를 던지고 있다. 「근심 속에 저무는/무거운 하루일지라도/자꾸 가라앉지 않도록/나를 일으켜다오/나무들이 많이 사는/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거기서 나는 처음으로/사랑을 고백하겠다/삶의 절반은 뉘우침뿐이라고」(「바람에게」부분).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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