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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정치개혁나선 일본] 공부하고 토론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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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정치개혁나선 일본] 공부하고 토론하는 국회

입력
1999.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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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계에 조용한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임시국회에서 국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도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한국 정치보다 한걸음 앞서가는 일본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들여다 본다.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먼저 『전후 국회법이 성립된 이래의 대개혁』이라고 인삿말을 했다. 이어 발언석에 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대표는 『오늘 아침 무엇을 드셨나요, 저는 따뜻한 피자를 먹었습니다』라며 역사적 첫 질의를 했다. 취임초 「식은 피자」라는 혹평을 들었던 오부치 총리는 어색한 표정으로 『언제나처럼 일식을 먹었지만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식은 피자도 맛있다고 합디다』고 받아넘겼다. 이에 하토야마 대표는 『식은 피자가 맛있을리가 없는데도 한때 맛있었다고들 하더니 요즘은 너무 커지고 뒤죽박죽이 돼 도대체 무슨 맛인지를 모르겠답니다』며 자민·자유·공명당의 합당으로 얘기를 끌고갔다.

10일 오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참의원 합동회의 형식으로 열린 사상 최초의 당수토론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첫 토론회여서 여야 당수 모두가 낯설고 민주당 26분·공산당 9분·사민당 5분 등 40분에 한정된 짧은 시간의 제약으로 토론은 종래의 질의·답변 수준을 벗어나지못했다. 그래도 많은 일본 국민은 TV로 중계된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새로운 볼거리가 생긴 것을 반겼다. 1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열린 2차 토론회는 한결 나아졌다. 오부치 총리는 후와 데쓰야(不破哲也) 공산당위원장에게 보충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 제도가 정착되면 관료가 써준 답변서를 낭독하는 여당 총재(총리)는 물론 목소리만 높이는 야당 당수도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두 차례의 당수토론회는 7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국회활성화법」에 따라 내년 정기국회부터 중·참의원에 설치되는 「국가기본정책위원회」에서 행해질 정례 당수토론회를 앞둔 예행연습이었다. 의원내각제의 본고장인 영국 하원의 「퀘스천 타임」을 본뜬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여야 대표단은 9월 영국을 방문, 의회 운영을 견학하기도 했다. 당수토론회를 위해 중·참의원 예산위원회의 좌석 배치가 바뀐 것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여야가 나란히 앉아 정부측을 마주보던 배치가 정부·여당이 나란히 앉아 야당을 마주보도록 바뀌자 여야간의 논전이 활발해졌다. 연립여당은 여야 대면형 좌석배치를 모든 상임위원회로 확대하기로 하고 야당과 협의중이다.

국회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환기하려는 「정치활성화법」의 노림수는 여기에 그치지않았다. 중·참의원의 각 상임위에서 오랫동안 「맹장(盲腸)」에 비유됐던 정무차관의 활동이 활발해 졌다. 이번 임시국회부터 국장급 관료가 상임위 답변에 나서는 「정부위원제도」가 폐지돼 국회 논의가 100% 정치인의 몫이 된 결과다. 의결을 거쳐 관료를 참고인 자격으로 답변석에 세울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무차관이 그 역할을 메워야한다. 야당에 밀리지않으려는 정무차관의 연구·학습이 활발해 앞으로 젊은 정치 스타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회 운영의 이같은 변화는 해묵은 연공서열식 정치 관행을 깨고 파벌정치를 뿌리에서 흔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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