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대결」과 함께 「여(女)-여(女) 총리 다툼」으로 이목을 끌었던 27일의 뉴질랜드 총선 결과 노동당과 연합당의 중도좌파 연합이 승리했다. 개표율이 98%인 28일 오후 노동당이 전체 120석 중 52석을 확보, 차기 총리로 확정된 헬렌 클라크(49·사진) 노동당 당수는 11석을 차지한 좌파 성향의 연합당 등과 연정 구성에 착수했다.뉴질랜드 역사상 민선 여성 총리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총리를 맡고 있는 국민당의 제니 시플리(47)도 여성 총리이지만 97년 전임자의 정계은퇴로 집권당의 내부선거로 총리직에 올랐다.
사회민주주의자임을 표방하는 클라크 차기 총리는 축하연에서 『공정한 사회, 양질의 교육과 복지 구현, 경제발전과 고용확대에 전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좌파 연합의 승리에는 무역적자 및 수출부진으로 야기된 경제불안과 현 정권의 지도력 미비로 인한 유권자들의 변화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 국민당과 뉴질랜드 제일당(NZF) 연립정부는 대기업 세금포탈 수사와 웰링턴 공항의 정부 지분 매각 문제 등에서 이견을 노출하며 국정 운영에 한계를 보였다. 또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은 규제완화와 함께 사회보장 및 상위 소득계층 5%에 대한 과세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워 바람을 불러 일으킨 반면에 집권당은 수입세와 복지예산 삭감 등을 내세웠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부유한 농가 출신인 클라크 차기 총리는 「부드러움이나 아름다움 등 상투적인 여성의 덕목에는 무감각한 반면 논리적이고 차갑다」는 평을 받아왔다. 기혼이나 『개인 공간과 사생활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았으며 가족과 함께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일도 거의 없을 만큼 냉정하다는 얘기를 듣
고 있다. 영국 유학후 오클랜드 대학 정치학과 강사를 거쳐 81년 노동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클라크 차기 총리는 장관 부총리 당수 등에 오르며 항상 「여성 최초」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 96년 노동당 당수로서 총선에서 지지율이 바닥권을 헤메던 노동당의 일대 약진을 주도하는 등 일찌감치 총리감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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