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에 살면서] 침뱉는게 문화적인 차이라지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침뱉는게 문화적인 차이라지만

입력
1999.11.29 00:00
0 0

한국에 온 첫날이었다. 내 신발에 떨어진 침덩어리에 화들짝 놀랐다. 한국은 반미주의가 강해서 나에게 침을 뱉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함께 있던 미국인 친구는 놀란 내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마. 그냥 우연히 네 신발에 떨어졌을 뿐이야』 그녀는 『미국에선 불량한 청소년들이나 하는 짓이지만 한국에서는 위법이어도 흔한 일이야』라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에 온 것은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때문이었지만 사실 처음 몇주동안은 한국인의 「침뱉기」때문에 감정이 약간 상했다. 거리의 침자국을 보면 속이 메슥거렸다. 심지어 예쁜 한국여성들까지도 이런 습관을 가진 것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0년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침뱉기가 남성들사이에서는 지금보다 더 흔한 일이었다. 두가지 이유에서 이런 습관이 없어지게 됐다. 무례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점외에 몇몇 도시에서 공중위생을 위해 거리에서 침뱉기를 위법으로 정한 것이다.

물론 침뱉기가 무례하다는 주장은 문화적인 기준의 문제다. 한국에 온 첫 날 내 친구는 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미국인의 습관이 한국에서는 실례라고 말했다. 처음에 나는 무척 놀랐다. 입으로 음식을 넣는 것이 실례라면 입에서 무언가 나오는 것은 무례가 아닌가.

이 말에 내 친구는 예절에 대한 기준은 각 나라마다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밥먹은 뒤 트림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조롱거리지만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심지어 몽골에서는 맛있는 식사를 했다는 표시가 되지 않는가라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침뱉기에 대한 미국인의 금기는 편협하고 지나친 것이었다. 목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어쩔 수 없을 때만 침을 뱉을 수 있다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나는 한국인들이 이런 작은 일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국민이라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래도 위생상 문제는 남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웹사이트를 보니 침으로 감염되는 결핵이 아직도 지구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약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점점 흔해진단다. 외국인이 거리에 침뱉는 습관을 싫어한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한국의 어린이, 노인들이 결핵이라는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

/캐롤라인 셔먼·한국금융연구원 근무·미국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