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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누구? - 조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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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누구? - 조한혜정

입력
1999.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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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붕괴와 청소년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신문과 방송, TV 토론회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데, 듣고 있으면 모두가 청소년 문제 전문가인데, 실은 전문가가 없다.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청소년에 대해 써보라는 숙제를 내 준 적이 있다. 다음은 19세인 1학년 학생이 쓴 글이다. 『청소년의 반대말은 「자유」이다. 우리나라의 비인간적인 교육현실과 10대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이 말은 진실이다.

나는 청소년이라는 딱지를 거부한다. 내 자신을 청소년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곧 내 주체성을 포기하고 사회의 통제에 움직여지는 꼭두각시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청소년이라는 단어에 그토록 큰 거부감을 갖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청소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어온 과정을 가만히 따져보면 우리나라 현대사가 보인다. 70년대에 「근로 청소년」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근로 청소년」이란 「불우한」 환경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공장에 다녀야 했던 젊은이를 가리킨다.

「행복한 학생」과 「불우한 청소년」이라는 이분법이 이 때 생겨났고, 10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말리려 하는 교사나 부모는 이 때 생긴 생각을 지금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80년대에 들어서면 거의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고, 「근로 청소년」이란 개념은 사라진다. 정부에서는 하루 14시간 수용소와 같은 입시준비 학교에 묶여있는 학생들에게 「호연지기」를 기르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청소년 수련관」들을 짓고, 청소년지도사제도도 만든다.

하지만 10대들은 여전히 학교에 묶여 있어서, 간간히 「청소년 행사」에 차출되거나 「동원」될 때만 「청소년」이지 실제로는 학교에 묶여있어야 하는 「학생」일 뿐이었다. 이 시기를 통해서 청소년은 「착한 학생」과 「불량 청소년」으로 이분화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급격하게 「불량 청소년화」하고 있다는 한탄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관리」 불가능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미 담배를 피워온 지 오래이고, 밤새 통신을 하면서 자기들의 공간을 만들어간 아이들은 어른들이 주겠다는 자율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제까지 어떻게든 학교에만 묶어두려고 하더니 하루 아침에 갑자기 자율권을 주자며 칙사 대접을 하는 것도 달갑잖다. 자신들을 보호와 규제의 대상으로 보든, 육성과 구제의 대상으로 보든, 대상으로 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싫은 것이다.

나는 최근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의 해결고리는 관과 청년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에서는 청소년 예산을 늘리고 21세기를 준비하는 청소년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돈을 잘 쓰려면 청년들이 필요하다.

소년 소녀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형 누나 언니들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묘한 반목 내지 무관심의 관계로 고착되어온 청년과 소년들이 제대로 연결이 된다면, 청소년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소년과 청년들은 「학생·불우 청소년」「학생·불량 청소년」의 이분법을 넘어선 제3의 공간을 만들어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에는 13-18 나이의 학생만이 아니라 탈학교 청소년, 장애우 청소년, 가출 청소년들도 포함된다.

고실업시대가 장기화한 서양에서는 최근 들어 24세+ 라 하여 30세까지를 청소년 범주에 넣고 있다. 한동안 멀어졌던 소년과 청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일구기 위해 다시 연대하여 활동을 시작하면, 비정상적으로 분절되었던 우리의 역사와 사회 역시 다시 연결되리라는 예감에 가슴이 따뜻해 온다.

/조한혜정·연세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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