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換亂)으로 좌초했던 아시아 경제가 용틀임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아시아의 경제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급속한 회복」에 놀라는 분위기다.그러나 성장세가 2-3년 후에도 지속될지에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우선은 최근의 회복이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를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것이며 이같은 「출혈」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과거 고속성장을 창조했고 97년에는 이를 파괴했던 금융분야가 아직 구조조정의 제 궤도에 진입하지못한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환란전 수준으로 회복한 성장률
ADB는 아시아 지역의 올 성장률을 3.8%로 잡았으나 『기대했던 것보다 위기상황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빠르다』며 최근 5.7%로 상향조정했다. 앞서 OECD가 성장전망을 당초 4.5%에서 9%로 배이상 높였던 한국에 대해서는 아시아 경제의 회복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DB는 아시아 경제회생의 동인(動因)으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과 무역수지 및 외국인 투자의 반전, 그리고 내수와 제조업 생산의 신장을 꼽았다. 여기에는 탄탄한 미국 경제와 전자부문 수출을 늘린 Y2K 특수도 한몫 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24일자)도 위기후 시작된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외국인 투자를 유도했으며 이는 증시회복과 함께 민간 소비를 늘리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ADB에 따르면 환란을 겪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5개국에서 지난해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386억달러(순감)에 달했으나 올해는 51억달러가 들어왔고 특히 한국의 경우 250억달러 순유출에서 90억달러 순유입으로 반전됐다.
■지속성장은 불투명
ADB 등은 아시아 지역이 내년까지는 미국과 일본 경제의 안정과 세계 무역 증가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미완성된 금융·기업 구조조정때문에 그 이후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OECD는 16일 발표한 「올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한국 등 위기국 정부들이 경제회복에 자만해 개혁을 늦출 가능성이 있으며 외자 유입세는 언제든 빠져 나갈 수 있는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여된 금융분야에 집중돼 있다. 사실 아시아의 환란은 기업의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은행 부실이 국내총생산(GDP)의 20-50%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시작됐다. 다행히 은행들은 정부지원으로 자본을 확충해 기업 부채를 경감 또는 상환유예해 주었고 기업은 은행지원에다 저금리, 증시활황 등으로 자금난을 타개하면서 탈출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조정중인 은행은 자본확충을 위해 가능한한 대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창구인 증시는 금리 상승으로 출렁일 수 있어 「신용경색(자금난)→부도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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