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고(故) 김세중(1928-1986)의 목조(木彫) 「여인입상 」(55 22 20㎝)이 42년 만에 발굴돼, 12월 6일부터 12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한국조각 50년 3부 전시회에 공개된다.팔을 살짝 머리 뒤로 올리고 있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나무로 조각한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8월에 덕수궁에서 개최한 「한국근대미술-조소전」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현재 부인 김남조씨가 기억하고 있는 김씨의 주요 목각 작품은 3개 정도. 「여인입상」외에 호암미술관 소장 「토루소」 (61년 작)와 서울갈멜수도원의 「그리스도」 (70년 작) 조각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둘다 일반인들에 쉽게 공개되지 않는 곳에 소장돼왔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김씨의 목조를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세중씨의 목조작품을 공개하기 위해 힘썼지만 이미 알려진 목조 소장가들조차 작품 출품을 꺼려 「C씨의 상」등 청동으로 제작한 작품만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김남조씨는 「여인입상」이 50년대 부부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치 세상을 떠난 남편을 다시 만난 듯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힘들고 궁핍했던 시절, 신세졌던 어느 분을 위해 우리 부부는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남편이 정성들여 나무로 조각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작품 소유자와 가족 외엔 어느 조각가, 컬렉터들도 볼 수 없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김남조씨는 단지 한장의 사진에 작품의 흔적을 담아왔을 뿐이다.
작품 제작 연도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김세중의 10주기 작품집을 만들 때 사진만으로는 이 작품의 연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 1961년 추정으로 정리했으나, 이번에 이 작품을 실제로 찾아 밑부분에 굵은 사인펜으로 「1957 Jan Francois S. Kim Seoul, Coree 」이라고 불어를 섞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머리카락처럼 가는 결이 실물에서도 명확히 나타나 진품이 틀림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남조씨는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그분의 가족이 작품의 소장자인지, 혹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는지 아직은 모른다』면서 『화랑 측에 소장자가 누구인지 묻는 것이 실례일 것 같아 삼가고 있지만 혹시 전시회 기간중 소장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실 매입이 가능하다면 되찾고 싶은 심정』이라고 이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작품의 소장자를 비밀로 하는 것은 화랑측의 불문율이다.
갤러리 현대의 「한국미술 50년」은 1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1부 구상계열의 전시회에 이어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2부 전시회를 가질 예정. 2부에선 비구상계열 작가, 김환기 남관 류경채 김영주 하인두 최욱경 이승조 한묵 유영국 이성자 이준 이세득 정창섭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윤명로 이응노 박래현 권영우 박노수 서세옥 등 24명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았다. 김세중씨의 작품은 3부 조각 부분에서 공개된다. 입장료 무료. (02)734-6111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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