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새삼 주목을 받는 2대 사건이 지난주 잇따라 일어났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상 타결과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발사는 21세기 슈퍼파워를 지향하는 중국의 두 얼굴을 대조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15일 미국과 마무리한 WTO가입협상은 13년동안의 고민 끝에 결국 세계화라는 대세를 따르기로 했다는 점에서 지구촌의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유인 우주선시대를 개막한 것이나 다름없는 21일의 우주선 발사실험은 국수주의적인 냄새가 짙은 가운데 펼쳐진 그들만의「중화(中華)잔치」였다.
황영식 한국일보 도쿄특파원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직접 명명한 선저우는 중국의 미칭(美稱)인 「선저우」(神州)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로 중화민족주의와 맥이 닿아 있다. 물론 우주선의 실험발사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국내문제이고, 이런 행사를 국민의 자존심을 한껏 고양시키는 계기로 삼는 것은 국가지도자들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국내정치적인 필요에서 「중화」를 소리높여 외칠수록 「중화(中禍)」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높아간다는 사실이다.
발사실험 직후 일본언론들이 즉각적인 우려를 표시한데서도 볼 수 있듯 선저우발사 실험은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둘러싼 논쟁에 한동안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선거철을 맞은 미국에서는 「중국위협론」이 한층 확산될 전망이다.
그같은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2000년 대선의 공화당후보로 확실시되는 조지 W.부시 텍사스주지사는 19일 중국을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견제방침을 노골화했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추구해온 「포괄적 포용정책」 대신 선택적인 「봉쇄정책」을 적용할 의향을 내비친 것이다. 공화당의 일관된 대중(對中)정책이긴 하지만 우리의 안보와도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서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WTO가입과 우주선 발사는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경제·군사대국의 반열에 들어서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서방 일각에서 일고 있는 「중화론」은 다소 성급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역사적으로도 새로운 강국의 부상(浮上)이 대전(大戰)으로 비화한 전례를 떠올려 보면 현 시점에서의 중국봉쇄론 득세는 경계돼야 마땅하다.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의 심리저변에는 아시아인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 「황화(黃禍, Yellow Peril)론」이 그것이다. 80년대 엔화가 미국에서 위세를 떨칠 때는 일본음모론이 극성을 부렸다. 뉴욕 록펠러센터와 컬럼비아영화사, LA 중심가가 일본인들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미국이 일본의 「기술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소리가 높았다.
그 뒤 89년의 천안문사태와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에 따라 미국의 경계대상은 상대적으로 고속성장을 해온 중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이 인권, 교역, 대량살상무기 3국수출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만의 특수성」을 핑계삼아 미국과 충돌해왔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중국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는 미국 못지 않다. 하지만 시장개방에 따르는 엄청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WTO가입을 선택한 중국의 또 다른 얼굴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중국정부가 과연 그들의 희망대로 별다른 부작용 없이 시장개방을 이루어낼 수 있느냐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이 제대로 된 길에 접어들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제적으로 보다 풍요하고 정치적으로 보다 안정된 중국은 나름대로 지역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언정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봉쇄정책보다는 포용정책이 요청되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편집위원·이상석
편집위원
behapp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