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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욕하며 닮아가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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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욕하며 닮아가는 여야

입력
1999.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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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무책임한 폭로정치'를 개탄하던 여당이 '이에는 이'를 외치면서 폭로로 맞 받아치고 나섰다. 이에 야당은 '정권을 날려버릴 만한 대형 거리'가 있다고 위협한다.이전투구의 극치다.

국민회의 김영환의원은 19일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이 전직 국정원 직원들로 구성된 사설정보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데 이어 22일에는 동대문구 장안동에 또 다른 팀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이들 정보팀을 국정원 8국도.감청 의혹제기, 문일현기자 통화내역 공개에 이르는 최근 폭로정국의 '배후 실체'로 지목했다.

그러나 정작 주장의 핵심이랄 수 있는 '국정원 정보의 유출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묻는 기자들에게 김의원은 '여러 정황으로 볼때 그럴 개연성이 있고 또 심증이 간다는 얘기'라고 했다.

결국 심증과 개연성만으로 '국정원 유출정보를 이용한 정치공작'을 주장한 셈이다.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은 이에 질세라 22일 의원총회에서 '고영복 간첩사건'과 관련, 경천동지할 내용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정보력을 맘껏 과시했다.

그러나 그 역시 '내용을 밝히라'는 요구에는 침묵했다.

'진흙탕' 싸움에서 승자는 없는 법이지만 딱한 쪽은 여당이다.

정형근의원이 언론대책 문건을 폭로했을 때, 그리고 같은당 이신범의원이 문일현씨의 통화내역을 공개하며 정권 실세의 개입의혹을 제기했을 때 폭로정치의 패악을 논하며 비분강개했던 여당이다.

그렇다면 김의원의 폭로는 질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야당이 하니 여당도 할 수 있다고 이해할까.

'여당의 금도'를 논하기에 앞서 스스로 비난했던 바를 닮아가는 모습은 너무 볼썽 사납다.

노원명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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