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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2년 개혁 아직 멀었다] (3) 미완의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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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2년 개혁 아직 멀었다] (3) 미완의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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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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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과제가 재벌개혁이다. 정부의 재벌개혁은 외형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 보인다.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제도가 완전 폐지됐고 부채비율도 연말까지 200%이하로 낮아질 전망이다. 또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으로 일부 문제 업종이 구조조정됐고 과도한 부채로 경영난에 봉착했던 그룹(대우 동아 한라 한일 등)이 해체됐다.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달라진게 별로 없다. IMF체제 전의 그룹총수(오너)와 지금의 총수는 영향력이나 역할면에서 똑같다. 총수의 전횡이 여전하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 강해졌다. 현대 삼성 LG SK 「재계 4강」의 덩치는 더욱 커졌다. 「4강」은 실물부문뿐만 아니라 금융부문(제2금융권)까지 장악했다. 「4강」이 없는 한국경제는 상상할 수가 없게 됐다.

이는 재벌개혁이 아니다. 재계 판도의 개편에 불과하다. 4대그룹의 경우 총수는 평균 4.37%의 지분을 갖고 그룹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을 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구조조정본부는 종전 기조실에서 문패만 바꿔단채 총수의 1인지배와 선단식경영을 위한 「전위대」역할을 하고 있다.

4대 선두재벌의 경제지배력은 더 막강해졌다. 실물경제가 사실상 이들 4대재벌의 손아귀에 들어가버렸다. 한국중공업 등 거대공기업을 인수할 기업은 4대재벌밖에 없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4대재벌은 보험 증권 투신 등 제2금융권의 지배력을 높여가면서 영토확장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5대재벌의 비은행금융산업의 비중은 3월말현재 34.7%(자산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30.4%)에 비해 4.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손보업(47.3%) 증권업(54.6%) 신용카드업(52.2%) 등은 5대재벌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그룹 총수의 전횡이 없어졌다고요?』『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총수의 권한은 강해졌습니다.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총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임원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주총과 이사회에서 결정돼야 할 사장 및 임원인사가 총수의 낙점으로 이뤄지는 관행이 여전하다. 법적 권한이 없는 재벌 총수(오너)의 사무실과 자택이 그룹계열사 임직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A그룹 회장은 한달에 한두번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는 수년 전부터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천명했지만 전문경영인들이 현안보고차 그의 자택을 수시로 찾는다. 그는 회사에 나오지 않더라도 계열사를 손바닥보듯 한다. B그룹 총수의 집무실에선 회장단과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아침 「티타임」이 수시로 열린다. 그룹경영상의 현안이 이 자리에서 결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간 재벌개혁이 강도높게 이뤄졌지만 총수1인의 지배체제는 개선된 게 별로 없다. 총수들은 평균 4.37%(대우제외 4대재벌총수의 계열상장사 평균지분)의 소수지분을 갖고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선단식 경영을 가능케 하는 재벌 내부시스템도 철옹성이다. 대표적인 예가 구조조정본부. 선단식 경영의 사령탑 구실을 했던 과거 기획조정실(또는 회장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로 간판만 바꿔 달았지만 기능과 역할은 달라진 게 없다.

재계의 「4강체제」는 더욱 강화했다. 종전의 5대재벌 가운데 대우그룹은 해체됐다. 그러나 현대 삼성 LG SK 4대그룹은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을 통해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등 주력업종에 대해 종전보다 심한 과점체제를 구축했다.

4대재벌은 증권 투신 보험 등 제2금융권의 지배력도 강화, 실물뿐만 아니라 금융부문까지 장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대그룹(워크아웃 이전 대우포함)의 자산총액은 지난해말현재 6∼30대그룹의 2배가량인 310조9,000억원에 달했으며, 30대그룹중 5대그룹의 자산총액비중도 97년 62.7%에서 98년 65.8%로 높아졌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몰락한 총수들 뭐하나

30대재벌 가운데 IMF체제후 침몰한 그룹은 11개에 달한다. 몰락한 그룹총수들은 대부분 빈털터리가 된 채 칩거하거나 수감생활을 하며 「일장춘몽(一場春夢)」을 곱씹어보고 있다. 일부는 경영권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IMF체제후 재벌총수중 부실경영인 1호로 몰려 전재산을 내놓은 최원석(崔元碩) 전 동아그룹회장. 최씨는 지병인 직장암 치료차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KBS아나운서 출신인 장은영씨와 결혼을 발표,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중원(金重源)전 한일그룹회장과 김의철(金義徹)전 뉴코아회장은 부도 이후 자택에서 칩거하고 있다.

재기를 노리는 총수들도 있다. 휠체어의 부도옹(不倒翁) 정인영(鄭仁永) 한라그룹명예회장은 서울 잠실 사무실을 매일 찾아 사장단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경영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건배(朴健培)해태그룹회장은 경영권을 내놓았지만 채권단이 구조조정 완료 때까지 경영권을 잠정인정함에 따라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나승렬(羅承烈)전 거평그룹회장은 거평시그네틱스(현 한국시그네틱스)에 대한 경영권 반환소송을 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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