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렌트강 근처의 뉴어크에 살던 한 아주머니는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은 상선의 선원. 몇 달씩 집을 떠나있는 아들은 느닷없이 집을 찾아올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들을 보고 놀란 적은 한 번 없다. 언제나 아들에게 줄 음식을 준비했고, 정확히 그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따뜻한 차를 끓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수수께끼의 답은 고양이다. 아들이 도착하기 한두 시간 전부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현관문 앞에 자리잡고 앉아 울어대기 때문이다.새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놀랄만한 비행술을 가지고 있다. 그 먼 거리를 날씨나 지형과 무관하게 정확히 찾아가는 능력은 감탄스럽다. 아델리 펭귄, 리치 바다제비, 만 섬의 습새, 래이시언 신천옹 황새, 제비갈매기, 찌르레기들은 모두 1,000마일 이상을 날아 둥지를 찾아온다. 비둘기도 이런 능력이 뛰어나다. 많은 과학자들이 비둘기의 귀소능력에 대해 실험했다. 주변의 표지물을 보고 길찾기, 태양의 움직임을 보고 집을 찾을 수 있다는 가설, 또 저주파 소리, 냄새, 자기장 원리 등으로 새들의 신비한 능력을 해설했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 없었다.
영국 왕립학회 연구교수를 지낸 생물학자 루퍼트 셸드레이크(57)는 『비둘기의 귀소 능력은 비둘기들과 둥지를 이어주는 어떤 보이지 않는 고무줄 같은 것이 있어, 비둘기들을 둥지 쪽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둘기들을 멀리 데리고 가면 이 줄이 늘어나고 반투명 콘택트렌즈를 끼워 거의 앞이 보이지 않도록 만든 비둘기도 둥지로 날아오는 것은 그들이 자칫 둥지를 지나칠라치면 이 고무줄이 다시 그들을 끌어당겨 주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이 책은 지금 과학으로 설명이 어렵거나 일부밖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상을 새롭게 설명하기 위한 참신한 시도다. 흰개미들은 배설물을 시멘트 삼아 흙 알갱이로 여러 개의 방이 있는 훌륭한 집을 짓는다. 집의 설계도는 누가 가지고 있으며, 누가 지휘해서 개미들은 그렇게 일사불란한가? 팔다리를 잘린 사람들도 때로 없어진 팔다리의 통증을 느낀다. 신경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고통을 느낀다. 몸과 마음의 관계는? 거짓 약(플라시보)이 병을 낫게 하고 심지어 암덩어리를 사라지게도 만든다. 사람들은 누가 자기를 응시하는 시선을 느낀경험이 있다. 과연 정신의 어떤 힘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걸까?
지은이는 신과학의 전통에서 이런 의문들을 풀기 위한 시험을 제안한다. 집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곧잘 눈치채는 애완동물의 능력의 비밀은 잘 다니지 않던 길을 이용하거나 동물을 박스에 넣어 시각을 차단해봄으로써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식이다. 지은이는 연구소 중심의 보수 과학계가 안고 있는 독단과 금기를 비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에서 궁금하게 여기는 문제들을 그들은 거들떠보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열린 방식으로 과학을 연구하자』 과학적인 논리의 생활화, 실험의 대중화로 가는 길머리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흰개미들은 입으로 날라온 진흙과 배설물을 뒤섞어 기둥을 만들고 그것을 아치 모양으로 연결까지 한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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