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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대 300만원 반상 수입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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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대 300만원 반상 수입 극과 극

입력
1999.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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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평생직업으로 선택한 프로기사들은 수입이 얼마나 될까. 「실력=돈」의 등식만이 지배하는 냉엄한 프로의 세계라지만, 부(富)의 편중이 바둑계처럼 심한 분야는 없을 것 같다. 각종 국내외 기전의 상금을 싹쓸이, 재벌의 반열에 오른 소수 특권층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최저생계비조차 벌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22일 한국기원이 잠정집계한 11월 현재 국내 프로기사들의 수입내역서에 따르면 올들어서만 벌써 5억여원을 거둬들인 이창호 9단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 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이 주최한 제1회 춘란배에서 우승컵을 안은 조훈현9단이 우승상금 2억원을 포함해 2억5,820만원으로 2위, 제12회 후지쓰(富士通)배를 거머쥔 유창혁9단이 2억3,600만원으로 3위에 올랐다. 특히 이창호9단의 경우 우승상금 규모가 각각 2억원대인 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대회(결승 진출)와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준결승 진출)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기전 도전기도 일부 남겨두고 있어 상금 규모는 앞으로도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반면 4위부터는 상금액수가 5,000만원대 이하로 뚝 떨어져 신예 유망주 이세돌2단이 2,100여만원으로 10위에 올랐다. 바꾸어 생각하면, 순수 대국료(상금) 수입만 계산했을 때 163명에 달하는 한국기원 기사중 오직 10명 정도만 1년에 2,000만원 이상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식집계된 98년도 상금순위를 보더라도 마찬가지. 국제통화기금(IMF)의 여파로 대다수 기전의 규모가 축소되었던 지난해에도 이창호9단은 6억여원을 벌어 1위를 기록했고, 유창혁9단 1억9,500만원, 조훈현9단 1억5,900만원, 최명훈6단 9,810만원 등으로 정상급 기사들은 꽤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 반면 10위인 김승준6단의 상금액은 2,175만원. 나머지 대다수 기사들의 연간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해준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프로기사의 절반은 연간 대국료 수입이 1,000만원미만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승률이 저조한 기사의 경우 수입이란 게 뻔하다. 국내 프로기전은 국제대회까지 15개 정도. 한번 출전하면 7만∼40만원의 대국료를 받는데 이들은 대부분 1회전에서 탈락하니 모든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하더라도 1년 수입이 300만원 안팎이다. 프로기사들의 또 한가지 수입원은 한국기원이 주는 단(段)수당. 단수와 근속년수에 따라 매달 9만5,000∼50만원을 받는데 고단진이라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연간 500만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공식 대국료만으로는 충분한 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기사들은 대부분 부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 바둑TV나 신문의 해설자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고 대기업의 지도사범직을 맡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정도는 고급 부업. 그나마 승률이 높고 이름값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명기사들은 어린이 바둑교실이나 동네 기원의 사범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바둑계 관계자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이상 성적이 좋지않으면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대다수 프로기사들은 아마도 이런 말을 채찍삼아 오늘도 바둑공부에 정진하고 있을 것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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