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벤처기업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코스닥시장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량이 지난 1년 사이 200배이상 늘었으나 인력이나 장비상황은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 이에따라 투자자들의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사례가 연일 발생,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해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정책은 말뿐』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이는 시장상황에 맞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기존 증권관련 업계 및 단체들이 코스닥시장의 성장을 사실상 견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따라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보완하고 투자자와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 운용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지배구조체제를 전면 개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스닥의 이면
코스닥은 96년 개장이래 260배에 이르는 외형성장을 구가해왔다. 이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조2,000억원대(거래소의 25%). 지난해 평균 55억원(거래소 대비 0.8%)의 220배규모다. 질적인 성장도 눈부시다. 지난해 거래비중 27%에 그치던 벤처기업은 올들어 70%를 넘어섰고 전자·정보통신 등 첨단기업도 신규신청사(55개사)를 포함하면 138개사에 이른다.
하지만 시장 운영체계는 시장초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인 시장관리는 증권업협회와 양분돼 시장 자율기능을 잃고 있다. 예컨대 투자정보의 핵인 공시의 경우 정기공시는 협회, 수시·조회공시는 코스닥이 맡고 있다. 등록기업에 대한 심사 등 주요기능도 주로 협회가 갖고 있다. 이같은 관리주체 이원화로 투자자의 불편은 물론, 부작용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투자자만 골탕
하루 평균 4만건의 호가 전산처리용량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올들어 그 용량을 64만건으로 늘렸다. 하지만 최고 85만건 등 한계용량을 초과하는 주문이 쏟아지면서 연일 처리·조회지연, 거래중단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연말·연초 추가 용량확대를 추진중이지만 이마저 한계상황이어서 시스템의 전면 교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돈을 다루는 정보산업의 첨병이면서도 데이터베이스(DB)조차 갖추지 못하고 거래소의 10%에 불과한 40명선(사장포함)의 인원으로 정규업무에 허덕여 투자서비스는 아예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보완작업 늦출 수 없다
코스닥의 운영이 파행을 겪는 최대이유는 주주·이사회 구성상 시장의 주인인 투자자와 등록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세력이 없다는 것. 주주구성을 보면 증권업협회와 증권사 42%, 증권 유관기관 34%, 중소기업진흥공단 24% 등이다. 이사회도 코스닥임원 2명과 중기공단 1명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증권사와 증권금융 증권업협회(총5명)의 몫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의 강정호(姜玎鎬)사장은 『코스닥시장을 더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해외자본 제휴 등 획기적인 개혁플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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