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 정치개혁 협상의 최대 난관인 선거구제 문제의 해법으로 「복합선거구제」방안이 조심스럽게 부상하고 있다.복합선거구제란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를, 인구가 적은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제도. 「중선」을 내세우는 여당과 「소선」을 고집하는 야당의 절충안이다. 여권 핵심부로선 전국단위 중선거구제에 대한 야당의 격렬한 반대와 중선거구제 포기로 예상되는 자민련과 국민회의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서 전국정당화를 통한 지역감정 타파를 내세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소선거구제를 지지하는 영남권 의원들과 중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수도권 의원들을 고루 달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정가에선 자민련의 반발에도 불구, 국민회의 주도로 3당총무가 「선거법 합의처리」를 합의한 이면에는 이같은 복안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20일 『복합선거구제가 공식 거론된 적은 없다』면서 『아직은 모르겠다』고 애둘러 말했다. 당내에선 김영배(金令培)상임고문 등 수도권 중진들이 복합선거구제를 지지하고 「협상 사령탑」인 박상천(朴相千)총무도 복합선거구제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복합선거구제는 「나눠먹기」식의 인위적 선거구 분할 인상이 짙어 정치개혁의 명분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정치적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나 선거의 평등성 문제와 조화될 수 있는지 헌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가에선 『각당이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갈리고 여야간의 정치 지형이 워낙 복잡해 예단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 아직은 많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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