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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TV 음악프로 다양성 더 늘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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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TV 음악프로 다양성 더 늘렸으면

입력
1999.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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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아무리 바빠도 보는 것이 신문과 음악쇼이다. 신문은 하루 중 편한 때에 봐도 되지만 TV 생방송 음악프로그램은 시간을 지켜야 볼 수 있다. 그런 불편함 때문에 오히려 음악회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지 모른다. 이런 음악 프로그램에 늘 화제가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립싱크이다. 「미국의 모 가수는 고난도 춤에도 생음악을 하는데 한국 댄스가수는 왜 안되는가」 하는 것이 비판 중의 한 가지이다.80년대 내가 십대였을 때는 사실 립싱크라는 것이 있는 줄도 잘 몰랐다. 그 때 중국에 타우친(淘金)이라는 노래 잘 하고 잘 생긴 현대 무용가가 있었다. 한 번은 TV에 나와 박진감 있는 노래를 부르면서 현란한 춤솜씨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처럼 어렵고 강렬한 춤을 추며 땀범벅이 되었는데 노래도 신나게 불렀다. 보기만 해야 하는 브레이크댄스에 한창 싫증났을 때인지라 노래도 따라 부르고 춤도 같이 출 수 있는 볼거리와 현장감에 크게 매료되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가 멋지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립싱크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다. 립싱크이긴 하지만 본인이 부른 노래는 틀림없었다. 더 완벽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 생음악이 아닌 립싱크를 택한 것이다.

만약 그가 가수로서의 신조때문에 춤동작을 빼고 노래에만 열중했다던가 혹은 무용가로서의 자존을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춤만 열심히 추었다면 아마 나는 그 날 TV를 퍽 재밌게 보지 못했을 것이다.

90년대에는 여러 형태의 가수들이 공존하고 있다. 노래 실력을 내세우는 음반가수가 있는가 하면 현장 카리스마로 주도하는 콘서트가수, 유머와 장난으로 가득한 개그가수, 노래는 좀 못하지만 춤이 장기인 댄스가수 등 활동공간이 다르지만 각자의 매력을 발산한다. 댄스가수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영상매체가 급속 발달한 오늘에는 TV전용가수, 이미지가수라는 용어가 등장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필요할 땐 립싱크도 하고 과감한 이미지 변신도 하면서 말그대로 시청자(視聽者)의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현장감과 참여감을 부여해 제한된 시간 내에 나름대로의 휴식공간을 만들어 주는 그런 가수 말이다. 물론 상업주의, 향락주의, 십대취향 등 비판 속에서 스스로 건전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기도 하다.

/추웨이쿠웨이후아·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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