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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열전] (2) 이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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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열전] (2) 이경규

입력
1999.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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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지하도, 일본어 교재를 홍보하는 한 남자의 광고판이 있다. 약간 입이 튀어나온 평범한 모습. 하지만 이 남자가 브라운관에 등장하면 사람들은 미소를 짓는다. 노태우 전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그를 만나 웃음을 피하지 못했다.이경규. 39세. 웃기게 생긴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장기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평범을 비범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안다. 모든 일상이 그의 입에 닿으면 코미디 소재가 된다. 『뛰어난 자질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요』 그는 겸양했지만 이 한 마디에는 철저한 프로의식이 배어있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를 「몰래 카메라(몰카)」 「양심 냉장고」 로 기억한다. 85년 MBC 「청춘 만만세」로 토크 코미디의 선을 보이더니 91년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이하 일밤)」 에서 국내 최초로 「몰카」를 동원, 모든 연예인에겐 공포의 대상이, 시청자에겐 웃음의 전령사가 됐다.

이어 96년 「일밤」 의 한 코너 「이경규가 간다」에서 소위 「양심 냉장고」를 등장시키며 이른바 「캠페인성 코미디 시대」를 불러왔다. 이처럼 그는 남이 하지 않는, 그리고 남이 할 수 없는 장르의 코미디를 개발해 평범함을 극복한다.

고교 시절 영원한 광대였던 추송웅의 연극을 봤다. 광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연극 배우의 꿈은 접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 81년 학생 신분으로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입상해 코미디언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힘들고 지리한 5년 간의 무명생활. 대사 한 마디 하며 지나가는 행인 역만을 맡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게 기회가 왔다. 89년 「일밤」의 진행자 주병진의 보조 MC를 맡은 것이 오늘의 스타 이경규를 만든 것이다. 장난스레 던지는 어법과 개그가 먹혀들어 간 것이다. 그리고 떴다.

그는 연예인의 진정한 상품가치를 아는 스타다. 아이디어의 한계를 알기에 최정상이지만 한 두개의 프로그램에서 승부를 건다. 『이곳 저곳 나가면 시청자들이 식상해 하지 않겠어요?』 현재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11년째인 「일밤」과 최근 신설된 「전파 견문록」 두 개.

그의 비범의 비밀은 성실함에 있다. 그가 데뷔시킨 강호동의 설명. 『5시간정도 진행되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모두 지루해 졸고 있는데 이선배의 눈은 회의 내내 빛나요』 그는 데뷔 시절부터 아이디어 회의에 불참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회의에서 틀을 잡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도할 수 없지요. 연습에서 실수하는 것은 용납되지만 실전에서 실패하면 끝이잖아요』

그도 인기의 열병을 앓았다. 오락프로그램 사상 70%라는 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몰카」 가 끝난 뒤 변신에 실패하고 92년 손 댄 영화 「복수의 혈전」(제작, 감독, 주연)도 망했다. 이어진 4년간의 방황.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시청자는 냉정했어요.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잘 나갈 때는 프로그램에 자주 안 나가도 잘 알아보았는데…』

그 반성 위에 96년 「이경규가 간다」의 「양심 냉장고」가 탄생했다. 92년 결혼한 아내 강경희(34)씨의 도움이 큰 힘이었다. 그는 방송 일이 끝나면 곧바로 퇴근해 딸과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지난 여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이경규는 이제 또 한 번의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새로운 코미디 장르를 선보여야 하는데 힘들군요』 약간은 초췌해진, 그러나 연륜이 묻어나는 이경규의 모습에서 진통이 느껴진다.

◇내가 본 이경규

어떤 개그맨도 웃기지 못할 것이라는 상황을 그는 천연덕스럽게 웃기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해 스스로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적극성이 있다.

이것은 그의 평소 생활이 코미디 같고 엉뚱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한 사생활이 성실로 이어지고 이것이 프로그램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경규의 단점은 너무 많은 것을 안다는 것이다. 연출자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있어 먼저 소재·연기의 한계를 생각해 스스로 연기의 폭을 좁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연기에만 충실해야 하는데 욕심이 너무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MBC 「전파 견문록」 김영희PD]

◇주요 출연 프로그램

85년 「청춘 만만세」(MBC)

88년 「별이 빛나는 밤에」(MBC 라디오)

89년 「일요일 일요일밤에」(MBC·출연중. 91년 「몰래 카메라」,96년 「이경규가 간다」 등 코너로 인기 )

92년 영화 「복수혈전」 제작·감독·주연

99년 「전파견문록」(출연중)

MBC코미디 대상(91·92·97년), 백상예술대상 코미디부문(92년)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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