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서경원 전의원 밀입북사건때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서씨에게서 북한공작금 1만달러를 받은 것처럼 검찰이 조작한 혐의를 검찰이 밝혀냈다. 김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힌 용공시비와 과거정권의 용공조작 악습이 세월의 거역할 수 없는 힘앞에 마침내 무릎꿇고, 실체를 드러내는 듯하다. 검찰 스스로 치욕을 무릅쓴 수사성과는 당초 제기된 법리적 논란까지 밀어낼 정도다.10년전 검찰은 서씨가 북한에서 받은 5만달러 가운데 700달러를 귀국경비로 쓰고 1만달러를 김총재에게 주었으며, 나머지 3만9,300달러를 처제에게 맡겼다는 수사결과를 토대로 김총재를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는 서씨가 김총재를 만나기전 이미 2,000달러를 환전, 김총재에게 1만달러를 주었다면 전체 금액이 5만달러가 넘어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검찰은 특히 이 2,000달러 환전기록과 서씨등의 진술조서를 당시 검찰이 수사기록에서 누락시킨 것을 찾아내 뚜렷한 조작혐의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시 수사검사와 검찰 수뇌부, 사건을 처음 다룬 당시 정형근 안기부 수사국장과 안기부장 등의 관련혐의를 모두 밝힐 방침이어서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검찰의 재수사는 고문과 용공조작 시비가 끊이지 않은 사건의 진상을 뒤늦게나마 가린다는데 뜻이 있다. 당시 노태우정권은 중간평가를 둘러싼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음해공작을 했다는 김총재측의 항변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정치적 타협에 의해 91년 검찰이 공소를 취소, 진상규명없이 마무리됐으나 97년 대선등 고비마다 반대세력의 공세에 이용됐다. 따라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라는 김대통령이 오랜 누명을 벗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정치와 사회를 얽어맨 용공조작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재수사가 진정 「역사 바로 세우기」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우선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을 무리하게 재수사하는 것이 정의원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씨 사건을 다룬 대법원은 김대통령의 불고지 및 1만달러 부분은 판단을 유보했지만, 서씨의 검찰진술은 임의성을 인정했다.
이때문에 국민의 선택으로 이미 모든 명예를 회복한 김대통령이 굳이 무리한 신원(伸寃)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보는 국민이 많다. 서씨등 사건관련자의 진술에 바탕한 재수사의 법리적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재수사로 밝힌 조작혐의의 증거도 완전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 사건이 앞으로 재판과정은 물론 세월이 흐른뒤 다시 논란되는 것을 피하려면 검찰은 그야말로 역사앞에 부끄럽지 않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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