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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엽제 책임의 법적 고려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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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엽제 책임의 법적 고려사항

입력
199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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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8년 비무장지대에 뿌려진 고엽제의 살포결정 주체를 두고 한미간에 공방이 치열하다. 우리 국방부는 17일 『미2사단에서 최초로 요구, 한국군부대에서도 필요성을 인지하여 이를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또 『68년 당시 비무장지대의 작전권은 미군이 갖고 있었고, 한국군은 단지 살포작업에 동원된데 불과하다』고 했다.반면 미 국방부는 『고엽제살포는 당시 한국정부와 군부가 내린 것임이 분명히 기록에 남아있다』며 『한국정부가 미국측에 대금을 지불하고 고엽제를 구입, 한국군이 수작업을 통해 뿌렸으며 고엽제 살포작업은 단기간 지속된뒤 한국측의 재정적 이유로 인해 중단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미양국이 고엽제를 최초로 살포하기로 한 결정주체를 놓고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서로 막대한 피해보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있기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보상문제와 관련된 한미간의 법적인 쟁점은 첫째, 가해자가 누구인가이다. 여기서 미국정부, 한국정부, 고엽제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칼을 가해자로 볼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는 미국정부와 다우케미칼을 직접 피고로 보아 소송을 제기할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도 고엽제살포를 먼저 요청했는지의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요청」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수 없다.

물론 68년 1월 21일 사태와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과 관련해, 제초제살포는 북한의 침투도발에 대비할 목적으로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 살포한 약물이 고엽제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뢰성이 없다.

둘째, 공소시효문제는 미국 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피해자가 최초로 고엽제로부터 피해사실을 인지하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한 이후 4년이므로 피해사실을 안 것이 최근인 이상 큰 문제가 없다.

셋째, 전부든 부분이든 미군당국에 책임이 있는 경우, 책임문제의 법적 참조 대상으로서 공무집행중 미군이나 고용원이 제3자에 가한 손해를 다룬 한미행정협정의 민사청구권 제23조를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행협은 공무집행중 미군이나 고용원이 한국 정부 이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한국정부가 한국법에 따라 심사해 해결하거나 재판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미군의 작전구역인 비무장지대 안에서 미군의 치밀한 계획과 요청으로 미8군 고문관의 직접 지휘 감독하에 살포했다면 이것은 분명 공무중에 일어난 일로 한미행협의 적용을 받는다. 또 당시 한국병사는 미군을 대신해 고용돼 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살포에 동원된 한국병사는 물론이고 제3의 피해자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배상을 신청하거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손해에 대해 미국만이 책임이 있을 때는 배상금의 75%를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이 25%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또 손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공동책임이거나 손해가 한국군대나 미국군대에 의해 일어났으나 어느 일방 또는 쌍방의 책임으로 특정할수 없는 경우에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배상액을 균등 분담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 절차는 배상은 확실한 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이 최초의 살포결정주체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가해자의 배상책임이 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 처리과정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엽제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들의 인권이다. 당장 소송전이라도 이들에 대해 93년에 제정된 고엽제법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양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 피해자 파악,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상, 재발방지 보장책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장희·한국외국어대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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