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말 일이다. 한 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문에 많이 나오는 「캉드쉬」란 말이 무슨 뜻입니까』 『IMF총재 이름입니다』 『그러면 IMF란 또 무엇입니까』… 세기말에 한국인에게 갑자기 다가와 순식간에 익숙해진 용어중 대표적인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우리가 IMF체제에 들어간 것이 97년말인데, 그 이전에 IMF가 무엇인지를 아는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소련이 붕괴된 후 세계를 미국의 울타리속에 가두기 위해 미국과 국제투기자금이 합세해 일으킨 것이 「아시아 위기」라는 주장도 있다. 소위 「음모론」이 그것이다. 그 위기가 진정되기 전에 무디스, S&P등 미국 신용평가기관은 일본에 대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고, 여기에 일본의 국책연구기관이 반발해 반대로 이들 신용평가기관을 평가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었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구호가 재차 일본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일본정부가 내년 2월 사임하는 캉드쉬 IMF총재 후임으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을 밀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 비공식 접촉을 갖고 사카키바라를 총재 후보로 내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주요 출자국이라는 입장에다 외환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는 것을 내세워 그를 총재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미야자와 대장성장관은 『그는 IMF총재후보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사카키바라도 『IMF총재직이 유럽인에 의해 독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47년 세계은행과 함께 설립된 IMF는 그동안 미국과 유럽이 물밑협상을 통해 총재를 뽑았고, 계속 유럽출신이 총재를 맡아왔다. 일본이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일본정부도 사카키바라가 선출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중국이 마침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등 국제경제질서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미스터 엔」이라고 불리는 그를 후보로 미는 일본정부의 움직임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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