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전의원 밀입북 사건」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당시 수사검사들을 전격 소환, 조사에 착수하는 등 검찰 수사가 급류를 타고 있다.검찰은 당초 전·현직 수사검사들에 대한 조사는 기록검토로 대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조사결과 당시 수사팀이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과 제출한 증빙자료 상당부분을 누락시킨 사실을 확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수사과정 전반을 재조사키로 방침을 급선회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4일간 관련자료들을 정밀 검토한 결과 당시 검찰이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1만달러 수수와 불고지죄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를 일부 포착했다.
특히 당시 검찰이 안기부와 긴밀한 협의를 갖고 공안정국 조성을 위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왜곡했다는 흔적도 찾아내고 수사력을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당시 수사라인인 「김기춘 검찰총장-김경회 서울지검장-김기수 1차장-안강민 공안1부장-이상형 검사」중 직접 수사를 담당했던 이상형 경주지청장을 17일 불러 4시간동안 강도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이지청장이 당시 김용래 전보좌관과 은행원 안양정씨에 대한 조사와 환전표 등을 통해 김총재에게 1만달러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기록에서 증빙자료를 아예 누락시킨 것은 사건을 특정방향으로 몰고가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총재에게 유리한 진술과 물증을 통째로 누락시킨 점으로 미뤄 서 전의원의 밀입북사건에 김총재를 엮어 의도적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조직의 생리상 수사검사가 단독으로 야당 총재와 관련된 수사자료를 은폐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검찰 수뇌부의 관련 여부를 캐고 있다.
특히 당시 수사초기 이지청장과 안강민 부장검사가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고, 수사 후반부터 이지청장이 혼자서 총장에게 직보했다는 검찰 주변의 전언으로 미뤄 검찰 수뇌부가 조작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당시 검찰수뇌부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또 『서 전의원이 1만달러를 전달한 것을 봤다』고 안기부에서 진술한 비서관 방씨가 『당시 대공수사국장인 정형근 의원이 김대통령 1만달러 수수를 추궁하면서 구타해 허위자백했다』고 진술한 것에 주목, 안기부 직원들을 소환해 진위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의원 등 안기부 대공수사국 관계자들이 검찰과 「합작」, 사건을 조작했다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검찰은 당시 정의원을 비롯, 안기부에서 어느 선까지 증거누락 사실을 알고 있었는 지 여부를 밝히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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