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시험이 작년보다 쉽게 출제돼 평균성적이 8-10점 쯤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출제위원들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쉽게 출제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상위 50%의 평균성적(100점만점 기준)이 지난해의 75.1점보다 2-3점 오르고, 만점자도 여러명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먼저 문제가 너무 쉬워 수험생들과 대학들이 큰 혼란을 겪었던 지난해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수험생 전체의 평균성적이 전년보다 28점이나 올라가 고득점자와 동점자가 몇배 늘어나자 대학과 학과 선택에 눈치작전이 되살아 났고, 380점이 넘는 우수학생 3,000여명이 전기대 특차에 떨어지는 이변이 일어났다. 학교교육 정상화와 과외예방을 위해 의도적으로 쉽게 출제한 결과였다.
학력우수자를 가려내는 선발시험의 수단은 변별력이다. 그런데 문제가 너무 쉬워 전체 50%의 평균성적이 75점을 넘고, 90점 이상 고득점자가 많아지면 점수로 실력차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려워 진다. 아직은 입시사정의 가장 큰 요소인 수능시험이 변별기능을 상실하면 선발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쉬운 수능시험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시험문제가 쉬우면 자연히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될 것이고, 학생들에게 이런 풍조가 만연하면 국가 전체의 지적수준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2002학년도부터 바뀌는 대학 무시험입학 제도가 중학생들과 고교 1년생들에게 공부 안하는 풍조를 부추기고 있는데, 수능시험마저 이러면 공부하지 말라는 정책이나 다를 바 없다. 일선 고등학교들도 자기학생들의 내신성적을 유리하게 해주려고 시험문제를 쉽게 내고, 어렵다면 재시험을 실시해가며 성적 올려주기 경쟁을 하는 판이다.
교육당국은 과외근절을 위해 시험을 쉽게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외근절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학력저하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쉬워진다고 과외가 근절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성적 인플레 현상이 수험생들에게 또 다른 압박요인이 되어 고득점 경쟁을 부추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21세기는 지식경쟁의 시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 무한경쟁의 시대에 대비해 교육의 질적 향상과 연구개발 촉진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있다. 인적자원만이 유일한 희망인 나라에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고집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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