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IMF사태가 교육탓이라고 혹평하는 외국의 칼럼니스트도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가 IMF체제를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50,60년대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자식교육만은 소홀히 하지 않았던 우리부모들의 교육열이 나라를 살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2세교육에 너무 무관심하다. 경제는 회생했지만 교육은 황폐해졌다.해방이후 추진된 여러 차례의 경제·사회발전계획들은 대부분 초과달성됐다. 그래서 각종 사회·경제지표들을 보면 거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발전계획만은 한번도 목표달성을 한 적이 없다.
10년전부터 없애보겠다던 2부제 수업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고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방글라데시보다 낮다. 우리 학생들중에는 수돗물조차 공급되지 않아 우물물을 먹고 집단배탈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며 체격에 맞지 않는 책·걸상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개혁만이 살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교육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교원정년을 단축할 수 밖에 없다던 전직장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교원들의 정년을 60세로 단축해도 교원확보는 전혀 문제가 없고 더욱 알찬 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변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퇴임한 노교사들을 사정사정해 임시교사인 기간제 교사로 초빙하고 담임까지 맡기고 있다. 그나마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학생들은 엄청난 수업결손과 부실교육에 직면하고 있다.
교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교원정책개선안을 5월까지 내놓겠다던 정부는 11월이 다가도록 소식이 없고 겨우 실시한 것이 금강산관광이다. 구경 한번 시켜준다고 교사들의 사기가 올라갈까. 학생들에게 얻어맞고, 학부모들로부터 불신당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정치로부터 외면당한 교원들은 차라리 교직을 택한 것이 후회스럽고 교원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기가 부끄럽다. 그래서 하루 빨리 교직을 떠나고 싶어한다.
교사의 어깨가 처지면 내 자식 어깨도 처지게 된다. 교사가 신이 나야 교실에 생기가 돌고 참교육이 이뤄진다. 지금처럼 교원을 노동자로 대우하고 푸대접하면 내 자식이 손해보고 나라의 앞날이 위태로워진다. 진정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부강한 나라를 원한다면 교육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교육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보다도 교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다.
/윤종건·한국외국어대 사범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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