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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열전] (1)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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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열전] (1) 김미화

입력
1999.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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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54㎝, 체중 44㎏에 서민형 얼굴의 이 여자가 갖는 폭발력은 대단하다. 8일 KBS 별관 「개그 콘서트」 녹화장 리허설 시간. 미리 온 관객들이 그녀의 비음섞인 개그에 배꼽을 잡고, 손짓 한 번에 폭소를 터뜨린다.김미화(35). 정통 코미디가 사양길을 걷고 개그 코미디가 본격적으로 막을 연 83년, 그녀는 연예계에 데뷔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노점 행상. 어려웠다. 그 가난의 굴레 속에서도 웃고 싶었고 웃기고 싶었다. 대학을 가지 못한 아픔도 한마디 유머로 넘긴다. 『2명 뽑는 여행사 경리직에 400명이 왔어요. 사장님이 그랬죠. 돈을 만지는 경리는 남자와 눈맞아 도망가는 경우가 많은데 당신 얼굴을 보니 전혀 그런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고. 그래서 뽑혔죠』

데뷔작은 MBC 라디오 개그 프로그램. 하지만 시청자와 만난 첫 만남은 데뷔 1년 후인 84년 KBS 2기 개그맨 선발대회. 좌충우돌식 개그로 입상. 개그 우먼김미화의 화려한 탄생이었다.

그녀의 성격과 생활이 그대로 녹아있는 개그의 색깔은 서민형. 출세작 86년 「쓰리랑 부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 91년 「삼순이 블루스」에서처럼 달동네 셋방살이 새댁, 청소부 아줌마 등 서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개그에 녹여냈다. 『제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개그에 수용하니까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인기를 얻으려고 많은 개그맨들이 하는 억지성 애드립(즉흥대사)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개그맨의 생명이라는 유행어 만들기에도 열 올리지 않았다. 그녀가 만든 유일한 유행어. 「쓰리랑부부」에서 「일자눈썹」을 붙이고 야구 방망이를 남편에게 휘두르며 하는 말, 『으메 기살어』

그러나 그녀의 개그에도 약점은 있다. 너무 주부취향적이어서 그녀를 좋아하는 층이 한정돼 있다는 것. 요즘 「개그 콘서트」를 통해 젊은이의 감각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가리켜 상황에 적응하는 순발력이 가장 뛰어난 개그우먼이자 천부적인 끼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니다. 그녀가 출연하는 대본에는 상황에 맞는 어휘, 억양, 사투리 사용 등이 빼곡히 메모돼 있다. 『일주일에 5일은 책과 외국자료를 검색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재를 얻습니다』 이론적 토대가 약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뒤늦게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 진학하는 열의도 보였다.

김미화의 가장 큰 재산은 남편 김영남(42·사업)씨와 두 딸. 『남편 내조와 자식 뒷바라지를 전혀 못해요. 그렇지만 남편은 모니터도 해주고 별로 도움이 안되지만 기를 쓰고 아이디어를 줘요. 얼마나 좋은 남편이예요?』 가족이야기가 나오니 마냥 행복하다.

그녀의 별명 중의 하나, 「방송가의 천사」. 연예인 중 소외계층을 위해 가장 선행을 많이 해서 붙여졌다. 『어려움 사람들 보면 눈물이 나와요. 나도 힘든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아이디어를 얻으러 요즘 새벽시장을 다닌다는 김미화의 꿈은 개그학교를 만들어 후진을 양성하는 일이다.

내가 본 김미화

연기에 관한 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개그 우먼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해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연기하지만 김미화는 바보연기라도 웃음을 준다면 열심히 소화해 낸다. 그리고 천부적인 연기 감각이 있다. 신인들이 10번, 20번 연기해도 나오지 않는 감정들이 단 한번의 연습에도 배어나온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구조적 한계에서 초래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김미화의 단점은 변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고착된 이미지가 오래가는 것 같다.

인간성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좋다. PD와 한번 인연을 맺으면 자신이 아무리 어려워도 도와주고, 후배들을 단골 미용실로 데려가 직접 코디까지 해주는 선배다.

◇주요 출연 작품

86년 「비디오 자키」(KBS)

89년 「밤이면 밤마다」(KBS·한국백상예술대상 코미디연기상)

91년 「삼순이 블루스」(SBS·한국방송대상 여자 코미디언상)

93년 「열려라 웃음천국(SBS)

95년 「코미디 세상만사」(KBS·출연중)

98년 「행복채널」(KBS)

99년 「개그 콘서트」(KBS·출연중)

「쇼 행운열차」(KBS·출연중)

「코미디 살리기」(SBS·출연중)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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