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碧初) 홍명희(洪命憙·1888-1968)에 관한 사실상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서이자 인물평전인 「벽초 홍명희 연구」(창작과비평사 발행)가 강영주(47) 상명대교수에 의해 나왔다.한국소설의 기념비적인 걸작 「임꺽정」의 작가이자 일제시대 최대의 민족운동단체 「신간회」를 이끈 민족운동가, 학자이자 언론인으로 조선이 낳은 3대 천재로 꼽혔던 벽초. 그러나 해방 이후 북한에서 부수상까지 지낸 이력 때문에 사실상 그에 대한 연구나 평가는 자유롭지 못했다.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임꺽정」이 다시 출판되어 문단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면서 논의가 가능해졌던 것. 96년부터는 「홍명희문학제」가 열리고 있고 지난해 그의 고향 충북 괴산에는 문학비도 세워졌다. 680쪽에 이르는 강교수의 이 노작은 국내외의 방대한 자료와 친지·주변인물의 증언 수집을 거쳐 10년여 연구 끝에 나온 벽초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다.
벽초의 삶은 한국근현대사와 그대로 궤를 같이 한다. 저자는 벽초의 삶을 출생 이후 1918년까지의 성장·수학·방랑기, 3·1운동 이후 일제말까지의 민족해방운동과 「임꺽정」집필기, 해방정국과 북한에서 정치활동기 등 세 시기로 나누어 복원하고 있다. 특히 벽초의 가족관계와 여성관, 「임꺽정」집필과정의 에피소드, 최남선, 이광수, 신채호, 한용운, 김일성과의 관계까지도 적재적소에 배치해 실감나는 서술을 보여준다. 『벽초는 전통적 한학의 세계로부터 근대 민족주의, 그리고 사회주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사상을 부단히 혁신해나간 특이한 지성의 소유자』 였다며 『앞으로 문학사뿐 아니라 민족운동사 언론사 사상사 정치사를 아우르는 더 폭넓은 학제간 연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책에 실린 50여컷의 사진자료도 대부분 그간 미공개된 것들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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