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들의 가을 질주가 시작됐다. 현대는 고품격 미니밴 「트라제 XG」를 본격 시판하고 있고 기아는 세계시장 공략을 겨냥한 밀레니엄 새 강차 「리오」를 내놓았다. 대우는 최신 기술인 무단자동변속기(CVT)를 장착한 「마티즈 스포츠」와 「마티즈 2000」으로 「경차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소득수준과 선호도에 따라 한층 다양한 차를 고를 수 있게 됐다.■트라제XG 시승기
「말하는 자동차?」트라제XG를 시승하기 위해 자동차 키를 받을 때부터「도대체 차가 어떻게 말을 한다는 것일까」하고 궁금해했었다.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핸드브레이크를 걸어놓은 상태에서 출발하려 할 때 스피커에서 갑자기「브레이크가 풀리지 않았습니다」라는 아릿따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트라제는 안전벨트 착용여부, 타이어공기압, 엔진오일 상태 등 10여종의 점검사항도「음성」으로 체크해줘 자동차가 이제 음성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시승코스는 서울 홍은동 유진상가 네거리에서 북부순환고속화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달리다가 자유로로 옮겨 탄 뒤 통일동산까지 다녀오는 50여㎞ 구간.
출발부터 상쾌했다.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기 때문에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속화도로에 접어드는 램프를 약간의 엑셀레이터 압력만으로 가뿐히 올랐다. 주행 중에도 가솔린차와 차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할만큼 힘이 좋았다. 자유로에서 시속 120㎞까지 올려보았다. 고속임에도 불구하고 승차감각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경쟁차종들과 비교해볼 때 순간 가속력이나 등판능력 모두 우수한 것으로 생각됐다. 커브를 돌 때도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았다.
동급 다른 차량보다는 양호했지만 시속 100㎞이상 고속으로 주행할 때 그랜저 등 고급차에 비해서는 차체와 문 사이에서 발생하는 바람소리가 강했다. 운전석으로 들리는 엔진소음 역시 다른 레저용차(RV)보다는 덜했지만 그랜저보다는 심한 느낌이었다.
트라제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차량이라는 인상이지만 차체가 크다보니 세단만 몰던 운전자에게는 아파트단지나 시내 주차장에서 주차하는데 불편을 느낄 것 같다.
◆트라제XG 제원 (6-9인승)길이 4m69㎝폭 1m84㎝ 배기량 2,000-2,700cc최고속도 193㎞/h최고출력 160마력/5,000rpm연비 8.5-16.4㎞/ℓ공차중량 1,750-1,825㎏가격 1,760만-2,230만원*최고출력은 2.7LPG 기준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자동차] 새차들의 가을질주, 기아 '리오'
『차 예쁘지?』
기아차 「아벨라」와 「슈마」의 스타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던 친구는 새 차 「리오」(Rio)를 보더니 『선(線)이 살아있다』며 탄성을 연발했다. 독특한 이미지에다 적당한 볼륨감과 매끄러운 곡선을 뽐내는 「색다른 멋을 풍기는 미인」이라는 품평을 보탰다. 이 생동감 넘치는 미인은 세련되고 매혹적이어서 많은 시선을 끌지만 그리 호락호락할 것 같지 않은 위풍도 있어보인다. 날카로운 전조등과 앞부분은 독수리 눈과 부리를 그대로 닮았다. 친구는 잘 만들고도 인기가 시들했던 아벨라의 「배신의 아픔」을 새 미인 리오가 단숨에 만회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트렁크와 뒷유리가 함께 열리는 해치백스타일의 5도어 「리오 RX-V」로 달린 서울~대구 왕복 시험주행에서는 쏟아지는 시선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곤혹스러울 정도. 차가 멈춰서기 무섭게 『멋있게 생겼다』『디자인이 외국차 같다』 『얼마냐』는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이 쏟아졌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벗어나면서 리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소형차로는 한층 무게감 있는 동급 최고 출력 108마력의 파워와 성능이 발끝에 전달된다. 오르막길에서도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주행 안정성도 소형차 답지 않게 많이 향상됐다. 출렁거리거나 흔들리는 느낌이 없고 코너링에서 차체가 쉽게 쏠리지 않는다.
다만 고속 주행시 엔진 소리와 노면 마찰음이 그대로 실내에 전달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기야 570-710만원대 1500cc급 소형 승용차에서 완벽한 소음차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준중형차에 가까운 넓고 고급스러운 실내는 이런 아쉬움을 털어내게 한다. 검은색과 연회색이 조화를 이룬 계기판과 대시보드가 은은하면서도 스포틱한 분위기를 풍긴다. 가죽핸들과 가죽 변속레버의 항균처리와 방향효과는 청결감을 더해준다. 뒷자리는 아이 하나 서서 움직일 정도고 다용도로 활용가능한 넓은 트렁크는 다목적 미니밴과 소형 세단의 개념을 합친 국내 첫 크로스오버(Cross-Over·복합기능)승용차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승차에서 내린 친구는 리오의 보닛을 살짝 두드렸다. 『이건 뜨겠는데…』
◆리오 제원(4도어, 5도어 RX-V)길이 4m21.5㎝폭 1m67.5㎝배기량 1,300-1,500cc최고속도 185㎞/h최고출력 108마력/6,000rpm연비 16.2-17.8㎞/ℓ가격 575만-710만원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자동차] 새차들의 가을질주, 대우 '마티즈'
지난 여름 이탈리아여행에서 만난 마티즈 행렬은 꽤 인상적이었다. 로마 스페인광장 앞에도, 원형경기장 인근 거리에서도 마티즈는 그 「당돌한」 체형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티즈가 어떠냐는 질문에 이탈리아 운전자는 『에그란떼, 께까리나(야무지고 실속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그런 마티즈가 「무단(無段)자동변속」(CVT)이라는 첨단 「날개」를 달았다. 빨간 「마티즈 스포츠 CVT」와 함께 떠난 강화도 여행은 기막힌 「마술」을 확인하는 시험주행이었다. 섬 일주도로를 씽씽 내달리는 마티즈는 귀엽고 깜찍한데다 부드럽게 달리면서 지갑도 아끼고 싶은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연인」같았다. 쭉쭉 뻗은 길에서 급가속을 해도 변속 충격이 전혀 없고 유량계의 바늘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단변속기는 기존 변속기와는 개념자체가 달랐다. 기어를 사용하는 수동과 자동 변속기는 1단부터 4-5단까지 변속단계가 끊어진다. 이때 변속쇼크로 출력과 승차감을 저하시킨다. 반면 무단변속기는 말그대로 단수가 따로 없는 셈. 기어 변동시 연결성을 높인 만큼 출발이나 가속 때 변속쇼크가 사라졌다. 오토 기어를 드라이버(D)에 놓고 엑셀을 살짝 밟자 차가 살며시 전진을 시작한다. 일반 오토매틱 차라면 출발할 때의 급전진이 몸으로 느껴지지만 마티즈는 출발이 부드럽고 가벼웠다. 4차선 직선도로에서 엑셀을 힘차게 밟아 시속 40km에서 100km로 속도를 갑자기 올려도 별다른 변속 충격 없이 그대로 내달렸다. 이 정도 발진감이라면 고속도로 진입이나 추월 때도 수동과 같은 성능으로 쉽고 편할 듯하다.
강화도 전등사로 향하는 오르막길. 엑셀을 밟자 거침없이 올라간다. 단풍 구경을 위해 언덕길 중간에 잠시 정차한 후 다시 발진해도 밀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전진했다. 내리막길이나 정체구간에서는 엑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는 순식간에 줄었다. 따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감속정도가 빠른 것도 특이했다.
『이정도면 분명 기름이 펑펑 들어갈텐데….』 4만원을 주고 35리터짜리 탱크에 기름을 가득 넣고 강화도로 출발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틀 동안 주행거리 150km를 돌파해도 유량계 눈금은 절반 밖에 내려오지 않았다. 휘발유가격을 1리터당 1,300원으로 잡고 연비차이를 감안할 때 약 1만 1,000㎞만 주행하면 CVT장착가격 109만원의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토보다 25%, 수동변속기보다도 10%가량 적게 소모되고 휘발유 1리터로 23.8km를 달리는 국내 최고 연비는 「기술」로 증명된 셈이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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