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원들의 압력으로 일산병원 문을 열지 못한다는 소식(한국일보 12일자 23면)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놀랍다. 과연 국회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도시 일산을 포용한 고양시는 인구 80만명의 큰 도시지만 변변한 종합병원이 없어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민원을 해소해야 할 국회가 납득하지 못할 논리로 개원을 저지하고 있다니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궁금하다.문제의 병원은 의료보험공단이 4년동안 2,3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9월말 완공, 의료기기와 장비 90%를 도입하고 직원까지 선발했다. 720개 병상에 24개 진료과목을 갖추고 정상급 대학병원과 인력 및 연구교류 협정까지 맺었다. 2개월째 영업을 못해 유지관리와 감가상각비 등으로 허비된 돈이 5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병원이 시급히 문을 열어야 할 또다른 이유는 표준 의료보험 수가 산정을 통한 보험료 정책 정비의 필요성에 있다. 병원들은 의보수가가 너무 낮아 경영이 적자라면서 빈번히 수가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단측은 병원측의 수가 과다·과잉청구로 보험재정이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직접 병원을 운영해 적정 보험수가를 산정, 보험료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병원측의 보험료 과다청구가 감사에 적발된 사례가 수없이 많고, 보험재정 악화의 원인이 과다한 보험수가 지출에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공공기관의 병원운영을 통한 정확한 수가산정은 매우 긴요한 일이다.
이 병원의 개원을 저지하는 국회측의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유는 적자경영이 우려된다는 것 한가지 뿐이다. 인근에 대학병원이 들어서 경쟁에 밀리면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되고, 그것은 보험재정 악화와 직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공단측은 개원 첫해에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2차연도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근거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만성적자가 틀림없어 보이면 처음부터 사업을 저지할 일이지, 수천억원을 투입한 지금에 와서 개원을 못하게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처사다. 인근지역 대학병원 건립도 아직은 계획단계여서 이 병원 개원이 늦을 수록 주민불편만 커질 것이다.
주민들은 보복위 의원들의 개업저지 압력이 현재의 수가보다 낮아질 표준 보험수가 산정을 원하지 않는 대형 종합병원들의 로비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종합병원 없는 도시에 공공기관이 지은 병원의 개업을 국회의원, 그것도 보복위 의원들이 막는다는 것은 무슨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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