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정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10여년전만 해도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외국 귀빈들은 거의 이탈리아 국적항공 알리탈리아편을 이용했다. 까닭은 연·발착을 밥먹듯 하는 현지 항공시스템 때문이었다. 방문자들의 방문국적기 이용은 다분히 지각도착이 야기할 수 있는 외교적 결례의 책임에서 모면하려는 의도다. 영접자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는 지각도착 사태로 생기는 결례의 덤터기를 방문자가 쓰지 않겠다는 계산인 것이다.■세계 가톨릭교회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은 잦은 외국나들이 때 꼭 이탈리아 국적 항공기를 전세기로 이용한다. 아마도 로마정부와 교황청간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항공사 서비스를 받아 본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죽했으면 교황이 방문지 도착때 땅에 친구(親口)하는 행위를 『주여! 오늘도 이 거지같은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도착하였나이다』라고 기도하는 것으로 빈정거릴 정도였을까.
■우리도 정상외교때 민간전세기를 이용한다. 제2민항 아시아나가 전용기로 채택된 것은 김대중대통령부터다. 대한항공의 잦은 사고와 이로인한 신인도 추락에 대한 응징, 그리고 민항의 경쟁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대 민항의 균형육성이라는 정책목표가 혹시라도 이미 거대 항공사로 도약한 회사를 끌어내려 맞추는 식의 하향평준화로 추진될 수는 없다. 시중엔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교황이 서비스가 엉망인 이탈리아 국적기를 그래도 이용하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올해가 민항 30돌이다. 복수 민항체제에서 대한항공은 항공기 보유대수와 좌석공급 능력면에서 세계 제11위의 항공사가 됐다. 화물분야에선 두번째라고 한다. 이 거대 항공사 창업주 3부자가 탈세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파렴치한 오너엔 철퇴를 가하더라도 나라를 대표하는 국적항공사만은 세계 유수의 항공사로 키워야 할 줄 안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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