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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박람회장] 나이잊은 '할머니 발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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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박람회장] 나이잊은 '할머니 발명가'

입력
199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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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저고리에 남색 치마,곱게 빗어 뒤로 넘긴 머리. 김예애(金禮愛·70·서울 성북구 돈암동·사진)할머니는 12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COEX)에서 열리고 있는 99여성창업여성기업박람회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무테안경 너머 얼굴로는 도저히 나이를 짐작할 수 없고 『올해 고희(古希)』라는 말에 놀라움을 대신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할머니가 당당한 한 여성창업자로, 나이를 잊은 여성발명가로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김할머니는 인터넷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 ㈜선진마케팅의 이사다. 아들 김세준(金世俊·49)씨가 3년전 창업한 회사에 할머니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 동참했다.

이날 할머니가 박람회장에 선보인 발로 작동하는 수도꼭지 「발바리」가 그것이다. 부엌 싱크대나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발로 여닫도록 해 사용이 편한 것은 물론이고 물절약 효과까지 있다는게 할머니의 설명이다. 실생활에서 건진 아이디어를 1년여 고안과 작업끝에 제품화했다.

김할머니는 잠시라도 쉬는 것이 싫다. 발명가 겸 이사에다 한일민간교류협회 한국대표를 맡고 있고 지금은 눈이 어두워 힘들지만 얼마전까지는 수예작가로 활동했다.

살아온 이력도 마찬가지다. 64년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외동아들을 둔 가장의 짐을 떠맡았던 할머니는 집안에 안주하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로, 잡지사 기자로, 신문사 광고국 직원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며 가장역할까지 겸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라는 김할머니는 포부가 크다. 「발바리」를 수도를 사용하는 세계 각국에 보급할 계획에 골몰하는가 하면 벌써 후속 아이디어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김할머니는 『나이가 들었다고 일을 안하면 늙게 마련이다. 김치같이 익은 맛이 날 때가 내나이 아니냐』며 환하게 웃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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