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손 마사요시(孫正義·사진)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금융 진출 꿈이 무르익고 있다.이미 오릭스와 손잡은 소프트뱅크는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東京)해상화재보험과 유통업체 이토요카도(イト-ヨ-カ堂)가 참여하는 4사 컨소시엄을 형성, 파산 처리중인 일본채권신용은행(일채은) 인수를 정식 제의했다고 일본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각 분야에서 저마다 선두를 다투고 있는 이들 4개사 컨소시엄에는 앞으로 일채은과 관계가 깊은 지방은행이나 외국 투자은행의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9월말 미국 리플우드사에 일본장기신용은행을 넘기기로 결정한 후의 반발을 고려할 때 소프트뱅크 컨소시엄의 일채은 인수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당초 소프트뱅크의 매수 움직임에 설마하는 반응에 머물렀던 일본 재계는 일채은 매도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새삼 소프트뱅크의 변신·확장술에 놀라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들어 폭발적인 확장을 거듭해 왔다. 4월 출판·금융부문 등을 독립시켜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6월 미 나스닥과 절반씩 출자, 「나스닥 저팬」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9월에는 도쿄전력·미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고속인터넷회사 「스피드넷」을 설립했다. 또 미 글로벌크로싱,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아·태지역을 고속광통신망으로 묶는 사업에 참여했다.
이번 일채은 매수 참여는 인터넷 금융사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나스닥 저팬 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소프트웨어와 통신망을 확보한 만큼 그 위에서 상품뿐만 아니라 증권·금융 거래도 하겠다는 구상의 종착점인 셈이다.
엄청난 확장력의 원천이 「야후」 주가의 폭등이란 점에서 일본 신용평가기관들은 소프트뱅크에 BBB 등급을 매기고 있다. 그러나 81년 9월 설립 이래 빠른 변신을 거듭하는 소프트뱅크의 첨단경영은 찬탄을 자아낼 만하다.
줄곧 매출 극대화에 매달렸던 소프트뱅크는 95년 1월 「캐시 플로(자금흐름)」중시 정책으로 전환했고 올들어 이를 다시 「주식시가총액 극대화」정책으로 바꾸었다. 지난 10월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한 것도 시가총액 관리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며 투자 확장이 그 축이다. 액면가 50엔짜리 주식이 6만엔대로 뛰어 올라 지난해 9월 5,000억엔 정도였던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12일 현재 6조5,927억엔에 달했다. 벌써 마쓰시타(松下)나 히타치(日立) 등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으니 그 연금술에 혀를 내두를 만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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