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총재 자리를 놓고 독일이 카이오 코흐-베저 재무차관을 후보로 내세운 가운데 최대 주주 미국이 「개입 의사」를 천명, 각축전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조기사임을 발표한 뒤 『(후임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얻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은 후임자 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 본부가 위치한 워싱턴 주변에선 클린턴 행정부가 의회내 IMF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전략연구소 관계자도 『클린턴 행정부가 의회 설득을 위해 미국의 금융정책 등에 우호적인 인물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캉드쉬 후임자 결정과정은 물론 IMF 활동에 미국의 입김이 「이전보다」 크게 작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선 유럽 최대 경제대국으로 2차대전후 국제기구 수장을 배출하지 못한 독일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독일정부 소식통은 『코흐-베저 차관이 현재까지 신임 IMF 총재직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유일한 후보』라며 『독일 정부는 미국 및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예비 회담을 가진 결과 그의 IMF 총재직 승계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냈다』고 말했다. 6개국어를 구사하는 코흐-베저 차관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26년간 세계은행(IBRD)에 근무한 국제금융통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앤드루 크로킷 총재가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은 크로킷 총재가 캉드쉬와는 달리 IMF의 전통적인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로 내정된 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재무관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뚜렷한 선두주자는 없는 상태다. 아시아 등에선 IMF 개혁을 위해 서방선진 7개국(G-7)지역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유럽각국의 치열한 경합은 IMF 총재의 정치·경제적인 영향력 때문. IMF총재의 연봉은 25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러시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구제금융국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존재다. 캉드쉬 총재는 9일 퇴임발표때 『IMF 처방이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전대통령을 사임케 했다』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는 수하르토 사임직후 모스크바로 달려가 보리스 옐친대통령에게 비슷한 경고를 했다고 뉴욕타임스(10일자)가 전했다.
IMF는 24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에서 다수결로 총재를 선출하나 막후교섭을 통해 특정후보를 사전 결정, 만장일치로 뽑아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ECB 총재직 경선이 임기분할로 수습될 만큼 치열했다』며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국제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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