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중국 장이모(張藝謀)감독. 이틀 꼬박 인터뷰에 시달렸다. 공동기자회견에 이은 7시간의 개별인터뷰. 영화 「책상서랍속의 동화」를 주제로 한 질문들이 끝없이 되풀이 됐다. 지루하고 피곤해 짜증을 내면 어쩌나. 그러나 그는 신인 감독처럼 성실하고 겸손하며 사려가 깊었다. 어느 기자가 『인터뷰가 지겹지 않느냐』고 묻자 『인터뷰는 영화제작의 마지막 작업』 이라고 말했다.미국의 존 레스터 감독. 「토이 스토리1」 「벅스 라이프」를 만든 컴퓨터 3D 애니메이션의 독보적 존재이다. 그 역시 최근 「토이 스토리2」를 완성해 놓고는 LA에서 하루종일 이 방, 저방 옮겨다니며 세계 각국 기자들의 릴레이식 인터뷰에 응했다. 「토이 스토리2」는 그 말고도 두 명의 공동감독이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즐겁고, 적극적으로 영화 홍보에 나섰다. 「성월동화」 홍보차 내한했던 홍콩스타 장국영.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그 역시 신문과 잡지 의 인터뷰,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중화영웅」의 주연배우 정이건과 서기도 마찬가지였다. 서기는 『영화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오겠다』고 밝혔다. 「폴라 X」의 프랑스 레오 카락스 감독과 배우들은 한국에서의 시사회에 참석해 자기영화를 설명했다. 까다롭고, 사람 만나고 얘기하기 싫어하고, 잘난 척하기로 소문난 발 킬머도 단지 목소리 연기만 한 「이집트왕자」 를 위해서 서울에 와 긴 시간 인터뷰에 응했다. 9일에는 「러브 레터」의 일본감독 이와이 순지가 그랬다.
그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작품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했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었다. 적어도 영화를 만들고, 연기를 한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수많은 돈을 투자한 제작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질 때까지는 미완성이라고 본다면 장이모 감독의 말처럼 정말 「제작의 마지막 작업」인지 모른다.
우리는 어떤가. 1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고도 촬영이 끝나면 『나몰라』하는 배우들. 2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쓰고도 『나는 흥행에 신경 안쓴다』는 감독. 「러브」의 고소영은 『몸이 아프다』며 팬들과의 인사를 펑크냈고, 「카라」의 김희선은 바쁘다는 핑계로 아예 첫 시사회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텔 미 섬딩」의 심은하는 대인공포증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영화를 위한 어떤 홍보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몇년전 엄청난 출연료를 받은 한 배우는 시사회장에서 『이 영화 기대할 것 없어요』 라고까지 했다.
스타일수록 자기영화에 더 무책임한 감독과 배우들. 그들에게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을까. 그들에게 영화의 성패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방법은 없을까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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