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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보공단] 2.300억들인 일산병원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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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보공단] 2.300억들인 일산병원 '낮잠'

입력
1999.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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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2개월전 완성되고 의료기기 등 각종 장비 도입도 끝났는데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가 뭡니까. 올 하반기에 개원한다고 약속해놓고…. 주민들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 겁니까』2,300여억원의 의료보험료를 투자해 지은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일산병원이 완공된지 한달 넘도록 개원날짜도 잡지 못한채 낮잠을 자자 4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국회와 정부가 기존 병원업계의 눈치를 보며 일산병원 개원을 보류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들을 성토하고 있다.

일산병원은 종합병원이 없는 일산권 주민들에게 의료혜택을 주고 의보수가(酬價) 등 보험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할 기초자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95년 8월 착공, 2,368억원을 들여 4년여만인 지난 9월30일 완공됐다.

대학병원 뺨치는 규모인 720개병상에 24개 진료과목, 호텔을 연상시키는 깨끗한 내부시설과 주위 환경 등이 주민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린 이 병원은 이른바 「의보수가 모델 병원」. 공단측은 개원준비를 위해 올 상반기 30여명의 직원을 1차로 뽑고 의료기기와 장비도 90%이상 들여왔다.

하지만 기존 병원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병원개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산병원이 개원할 경우 1년에 90억원 가까운 적자가 예상돼 가뜩이나 부실한 의보재정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크고, 일산 인근에 1-2개 대학병원이 설 예정이어서 개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원은 『무작정 개원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며 『엄청난 적자를 낼게 분명한 공공의료기관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의보공단측에 매각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단측은 의료진 채용을 전면 중단한채 국회 「공공의료기관 실태파악 소위」의 운영방침 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공단측과 일산 주민들은 『의원들의 얘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일산병원이 보험수가나 진료비 산정기준을 평가하는 시범병원이 될 경우 진료비 과잉·과다청구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일부 대형병원이 조직적으로 로비를 벌이는 바람에 개원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병원적자는 1년만 지나면 흑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연구용역 결과 나타났다』며 『각종 운영비로 이미 5억여원을 날렸으며 더이상의 의료보험료 「출혈」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 개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시선은 더욱 따갑다. 이모(35·여)씨는 『병원은 조건없이 문을 열어야 한다는게 대다수 주민의 바람』이라며 『주민보건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9월 2차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앞둔 채용 예정자들도 「일산병원 조기개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선(先)개원, 후(後)문제점 논의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공의료기관 특성상 정부 일방적으로 개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른 시일내 개원」 방침하에 의원들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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