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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 3부자 사법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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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 3부자 사법처리

입력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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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훈 한진그룹 오너 3부자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진기한 풍경이 벌어져 사법처리 결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자나 모자, 또는 부부가 비슷한 혐의로 구속된 일은 있으나 3부자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조사받는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80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검찰청사에 들어서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없던 것이다.조 한진 명예회장은 95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에 불려갔던 전력이 있다. 대한항공의 잦은 사고와 경직된 족벌경영 행태에 따른 물의로 국민 일반에게도 애증이 엇갈린 기업인이다. 검찰의 수사는 국세청이 지난 10월 한진그룹 계열사와 오너 조씨 일가가 모두 1조 895억원의 소득을 탈루한 사실을 적발하고 5,416억원을 추징하는 한편 수사를 의뢰한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3부자가 혐의사실을 순순히 인정해 수사가 쉬웠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조씨의 혐의는 탈루소득중 2,301억원을 빼돌려 673억원을 탈세했다는 것이다. 항공기 구매 때 받은 리베이트와 선급금을 조세 회피지역의 자회사로 이전시키고, 항공기 금융리스 과정에서 대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거액을 해외에 유출시킨 혐의도 받고있다. 한진해운을 맡고있는 3남도 법인세 등 10억원을 포탈하고 20여억원을 변칙 회계처리했다고 한다.

673억원은 국내 탈세범죄사상 최고액이다. 물론 서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정부의 감독 아래 있는 대기업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도 의문이고, IMF 관리체제 아래 막대한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도 충격이다. 조씨 일가가 비자금으로 운영한 돈도 1,000억원이 넘어 정·관계 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45년 11월 인천에서 트럭 한대로 시작한 운수사업을 모체로 대한항공을 세계 10위의 항공사로 키웠고, 이를 기반으로 한진그룹을 재계6위의 기업군으로 발전시킨 조씨의 공로는 높이 살 만하다. 한진그룹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항공사에 남을 큰 사고를 자주 일으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은 이 기업이 지고있는 사회적인 빚이다. 또한 방만한 족벌체제 경영으로 초래한 오늘의 이같은 모습은 조씨일가의 개인적인 불행이기에 앞서 우리 재계 풍토에 주는 극적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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